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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초가삼간 태우는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이맨비뇨기과 청량리점
손지철 원장

최근 필자가 자문의로 참여하였던 영화 <연애의 맛>은 발기부전을 앓는 산부인과 의사와 여성 비뇨기과 의사의 러브 스토리이다. 영화의 장르 특성상 발기부전을 앓는 남자 주인공의 심적 고통이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자신이 발기부전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실제 환자들을 접하는 비뇨기과 전문의 입장에서 보면 소위 요즘 말로 ‘웃픈’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발기부전은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리는 데 필요한 만큼 발기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되더라도 유지가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한 두 번 일시적으로 발기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발기부전으로 진단하지는 않고 보통 이런 증상이 3개월 이상 자주 지속되면 검사를 통해 발기부전으로 진단한다.

국내 40대 이상 79세 이하 남성 10명 중 8명이 ‘경도’ 이상의 발기부전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유병률도 더욱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사증후군 등 현대 성인병의 급격한 증가 및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앞으로도 발기부전 유병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많은 남성들이 자신이 발기부전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부끄럽고 두렵게 여기기 때문에 실제 비뇨기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발기부전은 엄연한 질환이기에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적합한 치료제를 처방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나 불법 광고물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직접 구매해 복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작년에 성인 남성 1,500명을 대상으로 ‘발기부전 치료제 사용현황 및 안전성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약 70%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제품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기부전치료제를 불법으로 구매한 사유로는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병원진료가 꺼려져서, 가격이 저렴해서 등의 순서로 응답자가 많았다.

그러나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는 검증되지 않은 성분으로 만들어졌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다한 혈관확장제를 함유하고 있어 임의로 다량을 복용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두통, 구역질, 위장장애는 물론이고 심각할 경우, 뇌출혈이나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으므로 평소 심혈관계 질환 등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눈이 아프면 안과에 가고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듯,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난다면 비뇨기과를 방문해야 된다. 과거에는 음경해면체내에 발기유발주사를 주입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지만,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가 1차 치료법으로 자리잡으면서 치료 환경의 편의성도 개선되었다. 그러나 같은 발기부전이라도 환자의 합병증, 현재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권고되는 약제 및 용량이 달라지고 복용 시 주의해야 하는 점들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발기부전이 의심되면 우선 비뇨기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으로 올바르게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식약처는 올해부터 불법으로 유통되는 가짜약을 구매하지 말도록 알리기 위해 정품 발기부전치료제와 가짜 의약품을 구별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가짜 발기부전치료제가 국민 건강을 오죽 위협했으면 정부 차원에서 정품 확인 사이트까지 개설했겠는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많은 발기부전 환자들이 한 번의 클릭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는 대신, 안전하고 정확한 치료법으로 발기부전을 극복해 긍정적으로 변화된 삶을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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