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왕, 강정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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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해적선원’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메이저리그에서 연일 맹활약을 하고 있다. 객관적 지표인 승리 기여도(WAR·Wins Above Replacement)에서 팀 내 1위에 오르면서 주전선수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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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호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홈 경기에서 5번 타자·3루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2타점을 기록했다.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3-2로 앞선 7회 2사 만루에서 상대투수 카터 캡스로부터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앞선 세 타석의 부진을 한꺼번에 날리는 한 방이었다. 피츠버그는 5-2로 승리하면서 6연승을 달렸다. 쐐기타를 날려 수훈 선수로 선정된 강정호는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마다 타점을 올려 팀승리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올 시즌 111타석에 나서 타율 0.313(99타수 31안타) 2홈런·14타점을 기록 중이다. 꾸준히 선발 출전하지 못해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야구를 통계학·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에서는 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야구 전문가들이 즐겨 쓰는 지표인 WAR에서 팀 내 1위를 차지했다.

 WAR은 메이저리그 선수가 부상 등으로 빠졌을 때 대체선수와 비교해 팀에 몇 승을 더 안기는지를 숫자로 나타내는 기록이다. 대체선수는 승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의 기량을 가진 가상의 선수다. WAR이 3.0이라면 이 선수가 뛸 경우 대체선수보다 1년에 3승 정도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공격과 수비·주루 등 여러 가지 기록을 일정한 공식에 대입해 산출한다. 공식은 대체선수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는 통계사이트 베이스볼레퍼런스와 팬그래프닷컴의 WAR이 널리 쓰인다.

 28일 현재 베이스볼레퍼런스가 계산한 강정호의 WAR은 1.5다. 2013년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팀 내 최고 스타 앤드루 매커친(1.4)을 제쳤다. 100타석 이상 들어선 빅리그 야수 중에서는 44위, 내셔널리그에서는 19위에 해당한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강정호의 활약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강정호가 수비 부담이 큰 3루수나 유격수로 나서면서도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많이 때려낸 덕분이다. 팬그래프닷컴이 계산한 WAR 에서도 1.3을 기록하고 있다.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으로 WAR 7~8 정도면 MVP급이고, 5를 넘으면 올스타급, 2 이상은 주전급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에 오른 클레이턴 커쇼(LA다저스)의 WAR이 7.5였고, 피츠버그 주전 유격수인 조디 머서가 2.8을 기록했다. 강정호가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지금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산술적으로 5 이상의 WAR을 기록할 수 있다.

 현지 언론도 강정호에 대한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는 28일 5월 최우수선수(MVP) 설문조사에서 게릿 콜이 가장 높은 득표율(60%)을 기록했고 A J 버넷과 강정호가 20%를 얻어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다. 콜은 올해 7승2패 평균자책점 2.11을 올린 에이스 투수이고, 버넷은 5월에 4승을 올린 오른손 투수다. 야수 중에서는 강정호가 최고인 셈이다. 또 다른 매체 더 스포츠 익스체인지는 "전문가들은 피츠버그가 왜 한국에서 온 내야수에게 1600만 달러를 줬는지 의문을 표시했지만 지금은 누구도 강정호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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