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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 - 남경필·안희정 지사와 함께한 신문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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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안희정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 그리고 정강현 중앙일보 청춘리포트 팀장(왼쪽부터)이 2030의 정치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남 지사와 안 지사는 “약간 연식이 있으시다”는 정 팀장의 농담도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였다.호적상 1965년생 동갑인 두 사람이지만 안지사는 실제 64년 12월생이라고 고백했다. [강정현 기자]
[일러스트=송혜영 기자]

20~30대를 일러 ‘정치 무관심’세대라고 부르곤 합니다. 이는 각종 조사에서 수치로도 입증되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7월 청춘리포트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20~30대의 정치상식 점수는 평균 33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청춘리포트가 다시 실시한 2030 정치인식 조사에선 ‘정치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전체의 85.4%에 달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요즘 20~30대는 정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지만 정치 전반에 대해선 혐오에 가까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정치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정치의 인물과 시스템이 청춘세대를 실망시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춘리포트는 2030세대와 더불어 한국 정치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중앙일보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매달 진행하는 신문콘서트의 5월 주제로 ‘정치’를 택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26일 오후 7시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에 한국 정치를 고민하는 남녀 청춘 200명이 모였습니다. 여야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그들 곁에 섰습니다. 청춘들과 두 정치인은 ‘한국 정치와 신문’이라는 주제로 3시간 가까이 뜨거운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최훈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참석자들에게 “청춘리포트에 기탄없이 쓴소리를 많이 해 달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7시45분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 공연장. 50세 남성 두 사람이 무대에 섰다. 두 사람 모두 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이들이 무대에 오르자 2030 관객 200여 명이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질렀다. 관객들은 그들의 이름을 연호하는가 하면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도 있었다. 동갑내기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50) 경기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안희정(50) 충남지사가 주인공이었다.

 2015년 다섯 번째 신문콘서트 주인공인 남 지사와 안 지사의 등장에 객석은 뜨거웠다. 여야를 대표하는 차세대 정치인 2명을 한자리에 모으다 보니 신문콘서트 행사가 여의도 정가의 화제가 됐다. 콘서트의 20~30대 독자 관객들은 응모를 통해 선착순으로 선정했다. 전국 각지에서 참여 신청이 이어졌다.

 #신문과 나

슈퍼스타 K5 준우승자인 가수 박시환씨는 디저트등 4곡을 열창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남 지사는 “매일 아침 일어나 아이패드로 신문을 정독하는 습관이 있다”며 “중앙정치를 포함해 외교·국제분쟁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신문을 늘 찾아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문을 포함해 깊이 있는 콘텐트를 평상시에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사고나 생각의 폭·깊이가 다를 것”이라며 “저희 아이들에게도 늘 분석기사를 읽으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정치인도 마찬가지지만 언론도 스스로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종이신문의 경우 온라인 시대로의 전환기에 와 있기 때문에 더욱 그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국가 정책을 만드는 사람에겐 여론 조성이 중요하고, 민주주의 정치에 있어 그 여론 형성 역할을 하는 자유언론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며 “다만 보도할 때 사실과 주장을 반드시 구분하고, 독자도 기사를 접할 때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구분하듯 사실과 주장을 꿰뚫어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킬레스건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을 가득 메운 200여 명의 참석자가 중앙일보 정치면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아픈 질문을 피할 수는 없었다. 독자들은 남 지사에게 지난해 장남이 군대 후임병 폭행 가해자로 연루된 사실을 물었다. 남 지사는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부족한 점이 참 많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사건이었다. 그간 가족에게 신경을 못 쓴 점이 부끄럽다”며 “이번 기회에 부자간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아들로부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 더 노력해 부족함을 채워 가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에게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를 받고 수감생활을 했던 때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는 “구속되기 전에 가족끼리 강릉 가족여행을 갔다.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우리 애가 ‘아빠 TV 나온다!’고 소리를 질렀다. TV를 보니 ‘안희정 곧 구속될 듯’이라고 나오더라. 그 길로 아이들 손을 잡고 식당을 나왔는데 지나 보니 참 힘든 시절이었다”며 “결국 지나고 보니 가장 박수 받는 대목이 가장 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 됐다. 깨끗한 정치, 새로운 정치를 강조했기에 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30 청춘에게

 관객들은 사전 질문에서 “졸업을 앞둔 4학년인데 원서를 수십 장 냈지만 모두 서류에서 탈락했다. 취업난을 해결해 달라”거나 “정치인들이 표 안 되는 젊은이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모른 척하는 것 아니냐”면서 고민을 털어놨다. 안 지사는 “젊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취업난을 포함해 3포(연애·결혼·출산)세대의 문제를 듣고 나면 참 곤혹스럽고 어렵다”며 “청년 문제는 세계 공통의 문제고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종합처방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정치인들이 ‘나를 뽑아 주면 정책적으로 일자리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을 찍지 말길 바란다. 지금의 산업 구조 상태에서 답을 준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사회적 대타협과 신성장동력 확충을 통해 청년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남 지사는 “경기지사로 있으면서 ‘일자리 창출’을 도정 최우선 목표로 한 결과 올해 4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의 73%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졌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식기반 산업을 육성하고 집중 투자해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도전

 차기 대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두 지사는 입을 모아 “지금은 도정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서는 여운을 남겼다. 남 지사는 “아직 준비가 안 돼 도지사 선배(안 지사를 가리키며) 먼저 하시고 저는 도지사 일을 열심히 하겠다”면서도 “(대통령 도전을) 하고 싶다. 근데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현재 대통령은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돼 있으니 권한을 나누고 화합을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대권 도전은) 그때 가 봐야 안다”면서도 “대통령을 하고 싶은 사람이 애매하게 말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민주주의자로서 대한민국 직업정치인이다. 뒤로 자빠져도 정치인이고, 앞으로 자빠져도 정치인이다. 폭력의 역사였던 대한민국을 평화적 삶의 질서로 만드는 게 직업적 윤리다. 이 윤리만을 생각하면서 현재를 살고, 그러다 보면 미래가 현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사회자의 요청에 두 지사의 ‘미니 콘서트’도 펼쳐졌다. 남 지사는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안 지사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열창했다. 안 지사는 “‘내 고향 충청도’를 부르고 싶다”고 앵콜을 자청하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슈퍼스타 K’ 출신 가수 박시환이 참여해 신곡 ‘디저트’ 등을 선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콘서트 1부에선 ‘신문과 한국 정치 그리고 중앙일보’를 주제로 2030세대 독자와 정치부 기자들이 대담을 했다. 국회와 외교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독자들은 정치인 등 취재원과의 뒷얘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방세희(24·여)씨는 “정치인들과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일이 많을 텐데 그런 자리에서 들은 얘기는 어디까지가 위법한 취재고 정당한 취재인지 기준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정종문 기자는 “기본적으로 기자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들은 얘기가 기사가 되면 기사를 쓴다. 기계를 이용한 도청 등은 정당한 취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정진(38)씨는 “현장 기자와 데스크 사이에 충돌이 생기거나 취재 내용이 걸러지면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김경희 기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이라며 “현장을 확실히 파악하고 여러 번 주장하면 데스크도 충분히 받아들이고 소통을 하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1부가 끝나고 무대에 오른 최훈 편집국장은 “중앙일보가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청춘리포트 지면을 만들었으니 기탄없이 쓴소리를 많이 해 주시면 겸허히 수용해 더 좋은 지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foneo@joongang.co.kr
이지상·윤정민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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