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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고 공화국 오명 벗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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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에는 요즘 '사고(事故) 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었다. 탄광 붕괴부터 화재.폭발 등 각종 인재(人災)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폭설.지진 등 자연재해까지 겹쳐 사회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급기야 중국 정부가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 국무원은 8일 신화(新華) 등 주요 언론들을 통해 '돌발적인 공공사건에 대한 총체적 응급 대비안'을 발표했다.

◆ 끊이지 않는 대형 사건=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토지수용.임금체불.인권침해 문제 등으로 발생한 시위는 8만 건에 이른다. 탄광은 평균 닷새에 한 번꼴로 무너져 2000명이 넘는 광원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지린(吉林)성 석유화학공장이 폭발해 흘러나온 벤젠 100t이 하얼빈(哈爾濱)의 식수원인 쑹화(松花)강을 오염시켰다. 6일엔 광저우(廣州)에서 유조차가 전복돼 100㎏의 톨루엔이 주장(珠江)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사고가 터졌다. 그뿐 아니다. 인터넷 신문 신랑(新浪)은 9일 장쑤(江蘇)성 창장(長江)강에서 화학물질을 나르던 선박이 침몰해 260t의 황산 유출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최근 대형 사건.사고의 발생 빈도는 더욱 잦아지고 있다.

◆ '사고 처리 매뉴얼'까지 등장= 중국 정부는 사건.사고 발생 시 이를 수습할 일종의 '매뉴얼'을 내놓았다. 지방 정부의 사실 은폐.축소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추락하고 초기 대응에 안이했다는 반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 농민 시위에 총격을 가하는 과잉 대응도 문제가 됐다.

중국 정부는 각종 사건.사고를 ▶자연재해 ▶사고재난 ▶공공위생 사건 ▶사회안전 사건의 4개 유형으로 나눴다. 공공위생 사건은 조류 인플루엔자(AI)와 에이즈.식품안전 사고를 지칭한다.

사회안전 사건은 빈부격차로 인한 집단 시위 등을 다룬다. 각급 기관이 지금까지 발생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유형별로 명시한 매뉴얼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AI와 같은 중대 재난에 대해선 4시간 안에 중앙정부에 보고토록 규정했다.

◆ 초대형 사건은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사건.사고의 규모와 여파 등을 감안해 ▶초대형 ▶대형 ▶중형 ▶일반형으로 분류했다. 중앙정부는 초대형 사건을 25개 전문 항목으로 분류해 관리키로 했다. 탄광 사고와 같은 국지적인 사건.사고는 80개 부처별 대응안에 포함시켰다. 중대 사건이 터지면 국무원 응급관리판공실이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 각 지방의 관계 부서를 총지휘할 방침이다.

부문별 책임제를 도입한 점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 사건.사고가 터지면 남에게 책임을 미루는 바람에 내부적인 보고 체계와 대응방안을 소홀히 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 발표가 '책상 행정''전시 행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컨대 사건.사고 발생 시 해당 지역 시민들에 대한 즉각적인 통보 체계는 자세히 규정되지 않았다. 주민 참여를 배제한 채 정부부처 중심으로 대응방안을 짰다는 얘기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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