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론이 사실상 폐기됐다.
20일(현지시간) 공개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회의에서 다수는 “6월에 확보가능한 경제지표들은 연방기금 금리를 올릴 여건이 충족됐다는 확신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그 반대편인 ‘6월 금리 인상파’는 소수였다. 회의결과에 대한 투표는 만장일치였다.
3월만 해도 FOMC는 사분오열됐다. 6월 금리 인상파가 만만찮았다. 그러나 부진한 경제 상황이 불협화음을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연율, 잠정치) 0.2%가 상징적이다. 강추위나 서부 항만의 노사분규를 감안해도 실망스러운 수치였다. 시카고 거주 이코노미스트인 린지 피그자는 블룸버그통신에 “FOMC는 금리를 올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지표가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인상 시계침이 9월, 혹은 그 이후로 이동했다고 본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61개 금융기관 중 50개가 9월 인상에 베팅을 걸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웰스파고 등 쟁쟁한 회사들이여기에 합류하고 있다.
회의록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강달러와 저유가에 대한 FOMC의 판단이다. 그동안은 둘의 영향이 일시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번엔 “종전 예상보다 더 크고, 오래갈 수 있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렇게 되면 연초에 그렸던 장밋빛 전망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시장엔 낙관론을 흔드는 지표 출현이 빈번해지고 있다. 4월 산업생산은 한 달 전보다 0.3%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3월 수준에서 변화가 없었다. 물론 고용은 개선되고 있다. 실업률이 5.4%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소비와 생산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고용 호조는 의미가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FOMC는 저유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름값을 아끼게 됐으니 소비가 늘 것이란 예상이 틀렸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그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FOMC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주요 유럽 국가들에서 번지는 마이너스 국채 금리"를 지목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유럽의 양적완화가 강달러를 초래한다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면 FOMC의 금리 인상 시기는 뒤로 더 밀릴 수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