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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 가상 정책 청문회 2. 이종석 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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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종석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외교안보 정책이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그 한가운데 있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뿐 아니라 장관직 수행 과정에서도 맞바람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종석 후보자의 대북인식과 외교안보 정책 전개, 대인관계와 리더십 등을 그의 주요 발언과 저술을 통해 짚어본다.

◆ 북한관과 대북접근법=이종석 후보자는 1995년에 쓴 책 '조선로동당 연구' 서문에서 "북한을 공부한다는 사실만으로 주사파로 매도당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을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터부시당한 불행했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와 같은 이른바 내재적 대북접근론자가 아니냐.

"북한 시각에서 북 체제를 이해하자는 내재론과 맥을 같이 하나 북한을 비판하지 않는 송두율과 달리 나는 북을 비판한다."

-박사학위 논문 '조선노동당의 지도사상과 구조변화에 관한 연구'(93년 8월)의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강정구 교수였는데.

"강 교수는 나와 시각이 다른 분이다."

실제 북한학계에서 이종석은 주사파와는 거리가 있는 학자로 분류한다. 그는 책 '현대북한의 이해'(2000년 3월)에서 북한체제가 붕괴하거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체사상을 어떻게 생각하나.

"김일성 유일지배를 합리화하는 혁명적 수령관과 결합하면서 결정적으로 왜곡됐다('조선로동당 연구').""김정일은 생존을 위해 유일지도체계를 해체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사석에서는 북한을 '걔네들'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비판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서 이종석의 대북접근법은 우려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전향장기수 북송이나 대북지원 등에 적극적이면서도 국군포로.납북자 송환과 북한인권 문제에는 침묵하는 대북정책 때문이다.

-지나치게 대북정책 성과에 매달려 할 말을 못하지 않나.

"국군포로 등의 문제에서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 한.미 동맹과 자주외교=청와대는 이 후보자 발탁 배경 중 하나로 이라크 파병 때 보여준 정책수행 능력을 꼽았다. 2003년 1만여 명의 전투병 파병까지 거론되던 상황에서 3000명 안팎의 공병.의무부대 파병으로 '수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략적 유연성'이나 '동북아 균형자'등 주한미군과 관련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이 후보자는 '자주파냐, 동맹파냐'라는 논란에 휩싸여 홍역을 치렀다. 2005년 4월에는 주한미군 관련 대미협상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내부에서 청문회 형식의 조사를 받는 이례적인 일까지 있었다.

그가 NSC 상임위원장을 맡아 잘해낼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분분하다. 외교.국제감각이나 국방 부문의 현안들을 조정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외교 당국자들은 NSC가 지난해 1월 대북 중대제안을 '안중근 계획'으로 이름 붙인 것을 외교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으로 비판한다. 미국과 일본의 동참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에 '안중근'을 붙이면 일본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는 얘기다.

김대중 정부 시절 외교안보부처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외교안보 정책 수행에 미국과의 호흡이 생각보다 중요하더라"며 "이종석 차장에 대한 워싱턴의 분위기가 워낙 썰렁해 걱정된다"고 말했다.

◆ 정책수행 능력=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이 차장의 청와대 출근시간은 오전 7시쯤이다. NSC 사무처 직원들은 오전 6시에서 밤 11시까지 일해야 할 정도로 업무강도가 높다. 자신의 업무스타일을 고집하는 과업중심형의 이 후보자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하소연도 있다.

한나라당의 시선도 냉랭하다. 이 후보자가 북한만 바라보며 정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며 '향북(向北)선생'이란 꼬리표를 붙였다. 지난해 8월 처장으로의 승진계획이 정치권의 논란으로 유보된 일도 있다. 2006년 벽두부터 '민족공조'론을 내세워 대남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도 이 후보자에겐 고민거리다.

◆ 대인관계와 평가=정부 당국자는 "이제 이종석은 자신을 겨눈 총구에 노출된 채 지뢰밭을 걷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NSC 사무차장으로 청와대란 참호 속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보호막 없이 일거수 일투족이 드러나는 상황이란 얘기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 간의 조율뿐 아니라 남한 내 보혁갈등까지 두루 챙겨야 하는 자리다.

무엇보다 외교안보부처 당국자와 전문가 그룹과의 원만한 관계설정이 문제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후보자가 외교안보의 실세로 3년 가까이 일하며 지나치게 자기 사람만 챙겼다는 볼멘소리를 하지만 본인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이 차장은 보안을 이유로 국정원을 통해 기자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추적해 '과잉 대응'시비를 부른 일도 있다.

이영종 기자

다음 회는 정세균 산자부 장관 후보자 편입니다

장관 후보 가상 정책청문회 ②회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 후보자라고 알려드렸습니다. 그러나 이상수 후보자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활동에 주력한 시기는 1997년 이전이고, 그 이후 근로기준법만 10여 차례 개정되는 등 노동환경이 크게 변했습니다. 이 후보자도 "상황이 변한 만큼 10여 년 전 발언으로 나의 노동정책을 검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자신의 입장을 좀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검증을 위해 게재 순서를 바꾸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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