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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맞아 만난 전경련 강신호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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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중 민간경제협의회 부회장, 대한에이즈협회 고문,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종합심사위원….

동아제약 강신호(사진) 회장이 맡고 있는 직책이다. 한국반공연맹 이사, 환경보전협회 부회장, 서울시 선거관리위원 등 그간 역임했던 크고 작은 직책까지 모두 합치면 130여 가지에 이른다. 올해 강 회장은 우리 나이로 팔순이 됐다. 대표이사로 취임해 동아제약을 꾸려온 지도 어느덧 서른 해를 넘겼다. 그러나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살고 있다. 2년째 전경련 회장직을 맡으면서 대통령의 16개국 해외순방에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동행했다. 지난해 각종 외부 회의에만 220회나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용두동 동아제약 본사에서 만난 강 회장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2006년은 기대할 것이 많은 해"라고 강조했다. 동아제약 대표로서, 전경련 회장으로서 그가 하고 있는 신년 구상을 들어봤다.

◆ "신제품 개발만이 살 길"=지난해 말 출시한 자이데나는 동아제약이 8년여의 연구 끝에 세계 네 번째로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다. 강 회장은 이를 "동아제약의 2호 신제품"이라고 불렀다. 외국 제품을 카피하거나 수입해 판매하는 것이 아닌, 순수 독자 기술로 만든 신약이라는 의미다. "1호는 박카스냐"는 질문에 의외로 강 회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신 2002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천연물 위염 치료제인 스티렌을 꼽았다. 스티렌 역시 매출 300여억원의 소위 '블록버스터(제약업계에서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리는 히트 상품)'이긴 하나 매년 1400억원어치 이상 팔려나가는 박카스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박카스가 현재의 동아제약을 만든 효자 상품임에도 세계적 제약사로 자리매김해 줄 제품이 될 수는 없다는 게 강 회장의 생각이다. 올해 안으로 강 회장은 자이데나의 뒤를 잇는 3호 신제품을 결정,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리 현실에서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건다는 게 무모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동아제약의 연매출은 5350억원, 연구원은 150명 정도다. 한 제품 개발에만 수천억원을 쏟아 붓고 연구 인력이 1만 명이 넘는 다국적 제약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선 이 길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강 회장은 "똑같은 카피 제품을 쏟아내고 저가 경쟁을 하는 것으로는 중국.인도의 추격을 막을 수 없다"며 "국경 없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세상은 바야흐로 신제품이 곧 국력인 시대"라고 말했다. 기업이 잘 돼야 나라도 사는데, 그러려면 기술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위험하다고 절대 피해갈 수 없는 게 연구개발이기 때문에 기업은 '투자 안 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사람을 키우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적극적인 투자환경 조성이 절실하다"며 "투자에 관한 규제는 정부가 전향적으로 풀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후계자의 가장 큰 덕목은 '정직'"=강 회장은 슬하에 4남3녀를 두고 있으며 이 중 장남을 제외한 세 아들이 계열사 또는 관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후계구도를 묻는 질문에 "동아제약을 세계적 제약회사로 끌어올리는 데 가장 적합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안될 것 뻔히 알면서 인정상 자기 자식에게 기업을 넘겨줬다가 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후임자는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업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 대표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직'"이라며 "제대로 된 인물을 세우는 게 직원과 주주 모두를 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 "반기업 정서 해소에 주력할 것"=한편 강 회장은 지난해 전경련이 가장 공들였던 역점 사업으로 '반기업 정소 해소'를 들었다. "지난해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전경련 예산의 절반 이상을 썼다"며 "올해 역시 이 부분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을 어렵게 벌어 보지 못한 사람에겐 아무리 큰돈을 줘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탕진하기 쉽다"며 단순히 분배 위주의 정책보다는 일자리 마련, 투자 환경 조성 등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일자리 창출이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만큼 정부.기업.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대외 직함과 외부 회의가 많은 것 같다"고 묻자 강 회장은 "일에 임할 때 뒤로 빼본 적이 없다"며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회사 일은 전문 경영인들을 믿고 맡긴다. 둘째, 오전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기상한다. 셋째, 약속은 선약(먼저 한 약속)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생을 살다 보니 신뢰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을 맺었다.

만난 사람=민병관 산업부장
정리=김필규,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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