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박 대통령 … "민심은 여권에 면죄부 준 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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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9박12일간의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27일 새벽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4·29 재·보선 하루 전인 28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두 차례의 특별사면을 비판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종근 기자]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흔들리던 박근혜 대통령이 한숨 돌리게 됐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을 위기에서 구한 건 선거였다. 4·29 재·보선 결과 새누리당은 수도권 3곳에서 모두 승리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역시 박 대통령은 선거에 강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재·보선 전날인 28일 승부수를 띄웠다.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낸 대국민 메시지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단행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을 거론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사건의 본질을 가리며 정쟁을 하는 여당의 편을 듦으로써 간접적으로 여당의 선거를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선거 하루 전 메시지를 ‘재·보선 승부수’라고 했다. 선거 결과가 나빴다면 자칫 가장 큰 패인으로 지목될 수도 있을 만큼 도발적인 메시지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승부수는 어긋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진 것을 제외하면 자신이 관여한 크고 작은 선거에서 거의 패한 적이 없다.

 청와대는 반색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란 악재 속에서도 승리한 데 큰 의미를 뒀다. 이번 승리로 경제 살리기와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 각종 개혁 과제 추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강조한 ‘정치 개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 결과가 국정 과제를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야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놓고 맹공을 펼쳤지만 결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와 개혁 과제 추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보선 4곳 중 3곳이 수도권 선거여서 집권 3년차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도 담겼다”며 “박 대통령은 국민과 약속한 정치 개혁을 중심으로 사회 개혁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누리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민심이 이번 선거결과로 여권에 면죄부를 준 건 아니다”라며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임박한 총리 인선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안도했다.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형 총리’가 선택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 중남미 4개국 순방에서 돌아와 위경련과 인두염 진단을 받은 지 사흘째다. 박 대통령은 회복 중에도 재·보선 상황에 대해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고 참모들이 전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현재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관저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피로 누적이 심해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게 의료진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향후 일정은 건강 회복 정도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30일에도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초 일정이 있었으나 박 대통령의 회복이 더뎌지자 조정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재·보선 결과에 대해선 30일 공식 언급할 예정이다.

글=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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