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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이실직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종문농수산장관이 지난달 25일 국회 농수산위에서 『허약한 소가 섞여있는 것은 사실이나 도입육우중 병든 소는 없었다』고 답변한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장관의 이같은 잘못된 보고는 공교롭게도 보름 뒤 같은 국회에서 차관에 의해 밝혀졌고 차관은 『축산국장이 허위보고를 했기 때문에 이를 믿은 장관의 답변이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었다』고 변명했다.
실은 금년 2월 농수산부산하기관인 동물검역소가 일부 도입육우가 법정전염병에 걸린 사실을 농수산부의 담당과장에게 보고했고 축산국장도 당연히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농수산부측의 설명으로는 병든 소가 들어온 것을 몰랐던 사람들은 축산국장 위에 있는 고위관리들 뿐이었다.
사실이 그렇다면 병든 소가 들어온 것도 문제지만 농수산부내에 깊숙이 도사리고있는 병이 더 심각하지 않나 싶다.
우리 정부나 관리가 고의로 병든 소를 들여왔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매년 3만∼5만마리를 도입하던 정부가 작년에는 왜 우리의 검역능력(5만마리)보다 많은 7만마리를, 그것도 제일 무더운 7∼8월에 들여왔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매년 2% 미만이던 도입우의 폐사율이 갑자기 11·4%로 뛰었는데도 당국은 『장기간 수송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죽었다』는 해명이 설득력을 가지리라 믿었단 말인가.
갑자기 도입량을 늘려 혹서기에 대거 들여온 것은 국내 소값이 뛰고 사육희망농가가 많아지자 새마을지도자들에 대한 특별분양용 2만마리가 추가됐기 때문인 것으로 국회질의에서 지적됐다.
한 마리 한 마리 혈청검사를 하고 충분한 검역을 마쳐도 장기간 수송에 시달리고 환경이 바뀌면 병이 생기게 마련이다. 농수산부자료에 의하면 지난 70년부터 매년 전염병 양성반응으로 도살처분한 도입우가 생기지 않은 해는 없었다.
그런데도 예년보다 무계획하게, 악조건하에, 그것도 대량도입한 작년의 경우 병든 소가 한 마리도 없고 죽은 소는 모두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보고를 믿었다니 믿은 사람들의 전문성은 어찌된 것인가.
저질미 도입·병든 소 도입사건이 모두 수출국인 미국에서 먼저 문제가 된데 대해 비애를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미검찰이 검역과정에서 그정대로 개체별 채혈검사를 하지 않고 표본검사를 했다하여 그들의 검역수의사와 수집상을 입건, 조사하고 있는데 미업자와 한미양국관리의 결탁여부도 수사대상이라고 한다.
야당의원들간에는 농수산부측의 뒤늦은 이실직고가 뉘우침이나 책임감보다는 미측수사결과가 나올 것을 의식한 선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장관이라도 부하가 마음먹고 속이면 속지 않을 도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국회와 국민을 속이겠다고 마음먹는 공직자가 아직도 있다는 사실이다. <전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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