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희 신기 농구코트서 당분간 ˝잠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 남자농구의 간판스타 이충희(25·현대)가 심판구타사건과 관련, 무기한 자격정지처분을 받아 앞으로 당분간 그의 신들린 듯한 슛을 볼 수 없게 됐다.
국내 농구사상 선수가 경기 중 심판에 폭력을 휘둘러 징계를 받게된 것도 처음이고 특히 이충희는 최고인기의 대표팀 에이스 슈터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오는 6윌10일 탤런트 최란양과의 결혼을 앞두고있는 이충희는 방콕 원정에서 돌아와 이·소식을 듣고 시름에 잠겨있다.
농구협회 이사회의 징계결정이 최종적인 것인지, 또 체육회가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알수 없지만 적어도 금년시즌엔 이충희의 출전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농구협회는 폭행사고가 있은 뒤 열흘이지나 징계조치를 내렸고 또 이사회결정의 발표를 미루고 쉬쉬하다 뒤늦게 이 사실이 밝혀지자 뒷말 등 잡음에 휘말려 있다.
이충희의 출전정지라는 중징계파문을 몰고 온 폭력사건은 지난13일 부산에서 끝난 전국송별선수권대회 남 일반부경기 삼성전자와 현대의 대전에서 일어났다.
경기종료 8초를 남기고 삼성전자가 67-65로 앞서있을 때 이충희가 점프볼을 잡아내는 순간 김종화 주심은 현대의 반칙을 선언했다.
이때 흥분한 이충희는 주심에게 격렬히 항의, 목을 손으로 밀면서 손찌검, 소란이 벌어졌다.
현장에 나온 경찰들이 달려들어 이충희를 데려가려 했으나 임원들의 만류로 경기가 속행, 결국 경기는 삼성전자의 승리로 끝났다.
이충희는 경기가 끝난 뒤 『내가 항의를 하자 주심은 이×× 테크니걸 파울을 줄테야라고 욕지거리를 해 나도 모르게 흥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반전에, 삼성의 신동찬이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자 주심이 욕설을 퍼붓는 등 이날 코트는 상당히 흥분된 상태였다.
이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자 농구협회는 즉각 처리를 못하고 열흘후인 지난23일 이사회에서 중징계를 내린 뒤 또 발표를 보류, 갖가지 잡음을 낳았다.
협회는 이에 대해 『당시 서성환회장이 쿠바여행중이였고 이충희의 한국농구에 대한 공적등을 고려해 신중히 처리하느라고 결정이 늦어졌다 또 발표를 보류한 것은 현대 팀이 방콕에서 아시아도시간 농구대회 (16∼25일)에 출전하고 있어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31일상오 체육회에 정식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후 지난28일 개선귀국 한 현대의 방렬 감독은 『아직 협회의 공식통보를 받지 못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소문대로 사실이라면 당사자와 팀이 해외원정 중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번 이충희 파문은 한국농구에 일대 경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충희가 아무리 대 스타이고 대표팀의 기둥이라 해도 간혹 매너에 문제가 있다든가 심판에 대한 폭행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므로 징계는 당연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
그러나 농구협회가 이f문제를 질질 끌다가 결정을 내리고 또 발표를 미루어온 것은 어딘가 이해가 되지 않으며 현대와의 감정싸움이 아니냐는 일부의 억측까지 남고 있다. <이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