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 - 2 한파'에 덜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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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남 이겨라."

장외룡(인천 유나이티드), 김학범(성남 일화), 정해성(부천 SK) 감독이 전남 드래곤즈의 '일일 서포터스'가 됐다.

프로팀 전남과 실업팀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FA컵 준결승전이 열린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0-2로 끌려가던 전남이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따라붙자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남의 골 찬스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고 찬스가 무산되면 아쉬움의 탄성이 흘렀다.

이들은 하나같이 전남의 서포터가 되어 '안타까운 눈'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이들의 바람과 달리 경기는 미포조선의 3-1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유진회 미포조선 감독대행은 승리를 예상한 듯 손자병법에 나오는 '상산 사세(머리가 둘인 뱀의 기세)'구절까지 인용하며 화려한 언변을 구사했다. 결승골을 넣은 김영기는 "결승 상대가 (실업팀인 한국철도가 아닌) 전북이 되길 바란다"며 한술 더 떴다.

2005 FA컵을 통해 미포조선(결승 진출)과 인천 한국철도(4강), 고양 국민은행(8강) 등은 프로를 위협하는 실업팀의 저력을 유감없이 펼쳤다.

장외룡 감독은 "몇 년간 좁혀져 온 (프로와 아마추어의) 기량 차이가 대등한 수준까지 왔다"고 평가하며 "외국인 선수가 합세한다면 K-리그에서도 충분히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2리그는 2007년부터 프로리그로 재출범한다. 외국인선수도 뛰고, 우승팀은 다음해에 K-리그로 올라간다. K-리그 팀들이 더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일 년 내내 K-2의 매운맛을 볼 수도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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