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만원대 눈앞에 … 현대차 여전히 '상승 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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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대차의 질주가 거침없다. 연초 5만원대였던 주가는 15일 10만원대 진입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올들어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제조업체로는 둘째로 많이 올랐다.

2006년 내수차 시장이 본격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다 한층 기세가 오른 글로벌 시장 공략이 주가 강세를 이끄는 엔진이 되고 있다.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현대차가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 주자 대열에 낄 수 있을 것이란 희망 어린 관측도 내놓는다. 그런 기대감이 주가로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걱정도 있다. 도요타의 렉서스 같은 초일류 브랜드를 내놓지 못할 경우 성장세는 곧 벽에 부딪칠 것이란 지적이 그것이다.

◆여전히 배고프다=현대차는 최근 1개월새 18.94% 나 올랐다. 같은 기간 시장 평균상승률(6.7%)를 세배 가량 웃도는 것이다. 15일엔 1.65%(1600원)오른 9만860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으로는 14일 이미 10만원대(10만500원)에 도달했다. 연초 5만5500원으로 출발한 이 회사 주가는 이달 15일까지 무려 77.67%나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종목 중 제조업체 주가로는 130%이상 오른 하이닉스에 이어 두번째다. 우선주를 합하면 시가총액은 25조7980억원으로, 시가총액 2위인 국민은행보다 많다.

이런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낙관한다. 증권사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내년 상반기까지 20%정도 추가 상승 해 주당 12만원~13만원까지는 갈수 있다고 보고있다. 이런 낙관론을 떠받치는 것은 내수-수출 시장의 호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증권 서성문 연구위원은 "올 11월 자동차 판매 증가율이 27개월만에 두자리수대로 올랐다 "며 "내년에도 10% 넘게 판매율이 늘것으로 예상돼 내수 점유율이 50%에 달하는 현대차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시장에서도 현대차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마켓쉐어를 급속히 높혀가는 것이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용대인 연구위원은 "중국에선 현지 공장을 가동한지 2년만에 시장 점유율 3위 업체로 뛰어올랐고 인도와 러시아에서는 이미 2위로 올라섰다"며 "올초 가동한 미국 앨러바마 공장도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있어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탁월한 가격 경쟁력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일본 경쟁업체의 동종급 차량과 비교해 가격이 최고 20%이상 싸다.

◆주연급으로의 부상은 아직 미지수=현대차는 10년전 해외시장에서의 '싸구려 차' 이미지를 벗고 업계의 새 강자로 자리잡는데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토요타 수준으로 올라서서 주가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대증권 송상훈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초기 품질은 세계 톱수준으로 올랐지만 3년 이상의 내구성은 업종 평균에도 못미칠 정도로 여전히 취약하다 "며 "취약한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고 렉서스와 같은 대표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성 노조와 빈번한 노사 갈등도 일류 브랜드 등극에 큰 걸림돌이다.

메리츠증권 엄승섭 연구위원은 "1만여명이 넘는 비정규직 종업원의 처우 관리도 큰 문제"라며 "선진 노사 문화를 조기에 다지지 못할 경우 쇄락의 길을 걷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전철의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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