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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 외교공세 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한 김일성이 최근의 미-중공, 한-중공간의 관계개선 분위기에 제동을 걸기 위해 소련 등 동구권 6개국의 순방외교에 나서는 것과 때를 같이해 북한의 대 서구 및 아프리카외교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정부의 대응책이 요청되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17일 북한은 버마 참사 자행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고 아울러 남북 외교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초부터 위장평화공세를 벌여온 데 이어 최근에는 대 서구 및 아프리카외교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지난 76년 이후부터 상환하지 못해 연체돼온 대 서구 외채 20억달러 중 일부를 상환할 의향을 비치면서 경공업부문의 플랜트 및 기술도입 등 경협확대를 통한 관계개선을 획책하는 새로운 외교공세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핀란드·스웨덴에 대해 연체외채를 상환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 같은 배경에는 북한이 김일성-김정일 세습승계 과정에서 생필품의 극심한 부족으로 야기되는 북한 주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연초부터 추진해온 경공업진흥정책과도 유관하나 근본적으로는 버마 참사에 따른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술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이 이란 등에 대한 대규모 무기수출로 얼마간 축적된 외화로 서구에 지고 있는 빚을 갚는 것이 서구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선결요건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그러나 현재까지는 서구의 반응이 냉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프랑스와 북한 내 호텔건축문제, 서독과 시멘트플랜트도입 문제를 협의 중에 있고 북한 외교부차관이 지난 4월 「셰송」프랑스 외상을 만나 불·북한 수교를 독촉했으나 「셰송」 외상은 이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최고인민회의의장 양형섭은 4월초부터 현재까지 콩고·루안다·부룬디·자이레·중앙아·카메룬·세이셸·기니 등 아프리카 8개국을 순방하면서 남남회의의 소집 및 「3자 회담」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맹렬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식통은 북한의 이 같은 외교공세가 현재로서는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으나 북한이 연체된 서방외채의 상환을 실현할 경우 파급효과는 과소평가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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