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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보다「사원사기」가 기업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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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업은 사람에 달려있다」고들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외형이나 재무구조만으로 그 기업의 장래까지 점치기는 어렵다. 일본에서 지난 1백년간 계속 상위 1백대기업에 랭크된 회사는 왕자제지 단하나 뿐이었다. 어제의 우량기업이 오늘의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예를 우리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일본의 권위 있는 경제지 「일경비즈니스」 는 최신호에서 기업의 장래를 결정하는<보이지 않는 자산>으로<경영자와 인사의 질>을 꼽고 그 양질·불량여부를 판별하는 손쉬운 10가지 진단 법을 소개했다.
대기업의 경우는 인사의 품질, 벤처비즈니스 적 기업의 경우는 경영자의 품질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것. 우선 대기업의 경우를 보면-.
▲사원들의 대화하는 태도를 보라. 사원들이 밝고 큰소리로 대화하면 그 기업의 장래도 밝다.
반대로 소리를 죽여 은밀히 얘기하는 광경이 자주 눈에 띄는 경우 그 회사의 장래는 어둡다. 대화를 나누는 사원의 안면 접근도가 30cm이하로 가까워지는 일이 많으면 위험신호다.「사장의 범죄」로 회사가 기우뚱했던 미쓰꼬시(삼월)백화점은「오까다」(강전무) 사장의 횡포가 폭로되기 전 사원들의 수군거리는 모습이 사 내외에서 두드러졌었다.
▲기술책임자의 여권이 얼마나 낡았는가를 보라. 기술책임자의 여권이 잦은 해외여행으로 더러워져있을수록 그 회사의 기술수준이 높고 장래성도 밝다. 단 여행목적지가 유흥지로 유명한 곳이면 얘기가 다르다.
▲상사와 부하가 동석했을 때 발언비율을 보라. 부하의 발언비율이 높으면 밝은 신호다. 신선한 발상이나 건설적 의견이 나오기 쉽기 때문. 반대로 상사만 발언하는 기업은 위험신호다. 이런 기업에서는 새로운 도전이나 경영전략의 과감한 전환이 어렵다.
발언비율은 상사40%, 부하60%가 적정 선이다.
▲기업의 「톱」 이나 중역의 과거 경력에 상사와의 충돌로 인한 상처가 많을수록 그 기업의 전도는 밝다. 그런 인물이 중용 된다는 것은 그 기업 인사의 유연성이나 도량을 나타낸다. 젊은 혈기에서 나온 행동을 억압하는 사풍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을 막는다.
▲여사원의 눈동자가 빛나는가의 여부도 좋은 판단기준이다. 전화를 걸었을 때 응대하는 태도를 보아도 그 기업의 장래를 점칠 수 있다. 아는 것은 확실히 대답하고 모르는 것은 담당자를 바꾸어 주며, 담당자가 없을 때는 용건을 물었다가 전화를 해주는 여성이 많은 기업은 합격이다.
이상은 대체로 대기업에 대한 판별 법이고 벤처 비즈니스의 경우는 기업이 바로 경영자다. 여기서는 경영자의 자질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 자질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5장을 만들어 보면-.
▲유명 명문대학 출신자 여부. 급 성장하는 벤처 비즈니스의 경영자들의 공통점은 두려움을 모르는 대담함과 초일류대학 출신자가 적다는 점이다.
인텔리로 불리는 사람은 대개 프라이드가 높고 체면에 손상이 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모험을 하러해도 실패했을 때의 수치를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 자중하게 된다. 초일류대학 출신자에 이런 사람이 많으며 높은 지적 수준이 비약의 장애가 될 경우가 많다.
▲성격이 밝고 흥겹게 놀 줄 아는가. 사장이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사원도 위축된다. 이런 사람은 우선 실격자일 가능성이 높다. 연회장에서 앙코르가 나오면 한 곡조쯤 더 부를 줄 알고 칭찬 받으면 솔직이 즐거워 할 줄 아는 타임이 바람직.
▲택시·전차에 혼자 타는가. 이 시험지는 오히려 대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쓰는 것이 좋다. 벤처 비즈니스의 사장이라면 이 정도는 누구나 문제없을 것이기 때문. 어쨌든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은 체력과 정신의 젊음을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사외의 사람에게 거만하게 대하지 않는가.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경영자의 자신감이 커지는 것은 좋으나 그렇다고 태도가 오만해 지는 것은 금물. 그렇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성공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이 세상 인심인 만큼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올 가능성이 있다. 자칫 기업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만날 때마다 똑같은 말을 하는가. 급 성장하는 기업은 종교법인적 색채를 띠고 있다. 경영자가 교주라면 경영이념은 법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강력한 경영이념에서 「바이탤리티」 가 생겨난다. 이때는 만날 때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 강조한다. 그 정열과 신념이 식으면 늘 하던 얘기내용도 바뀌며 그 기업도 활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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