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2번째 입법 시도 "사진 혐오스럽다" 국회서 논란 계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담뱃갑 경고그림 삽입이 의무화된 국가는 태국·호주 외에 캐나다와 프랑스 같은 선진국부터 브라질·인도 등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올해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180개 회원국 가운데 77개국(43%)이 경고그림을 삽입하고 있다. 내년에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도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면 총 95개국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각국의 경고그림 삽입은 전반적인 흡연율 감소로 이어졌다. 2001년 세계 최초로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가 단적인 예다. 2000년 24%였던 흡연율은 제도가 도입된 지 5년 만인 2006년 18%까지 떨어졌다. 특히 청소년(15~19세) 흡연율이 같은 기간 25%에서 16%로 내려가 감소세가 훨씬 빨랐다.

 이에 비해 한국에선 경고그림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경고그림 삽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2002년 처음 발의된 이후 국회에서 11번이나 좌절됐다.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선 담뱃갑 앞뒤 면적의 30% 이상을 경고그림으로 채우는 건강증진법 개정안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법사위 내 법안심사소위로 넘어온 상태다.

 4월 임시국회에 맞춰 다음달 1일 열리는 법안심사소위 전망도 밝지 않다. 본지가 법안소위 위원 7명(새누리당 4명, 새정치민주연합 3명)에게 확인한 결과 찬성과 반대, 유보 등 입장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고그림 이미지가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경고그림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좀 완화시킬 방법은 없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측은 법안에 긍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 법안 통과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부정적인 면부터 전제로 깔고 논의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