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 의혹 땐 제3기관 검증으로 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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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돌리' 왜 안 나오느냐=1998년 1월 30일자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복제양 돌리(논문은 네이처에 실림)가 진짜 복제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의 글이 실렸다. 미국 록펠러대학의 미생물학자 노턴 진더 박사와 이탈리아 칼라브리아대학 비토리오 스가라멜라 박사는 이 글에서 "영국 로슬린연구소 이언 윌머트 박사팀이 돌리가 태어났다고 발표한 지 11개월이 지났지만 돌리 복제 방법을 사용한 제2의 복제 동물이 나오지 않았다"며 "돌리는 신화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과학의 재연성이 입증되지 않아 돌리 복제가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 ABC방송도 같은 날 이 같은 의혹을 보도했다.

의혹을 제기한 과학자들은 "돌리가 복제양임을 입증하려면 돌리와 체세포를 제공한 암양의 DNA 지문을 대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복제양 돌리를 만든 윌머트 박사는 "현재 반복 실험이 진행 중이므로 인내를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결과가 발표된 지 11개월밖에 안 됐는데 양의 임신기관이 5개월인 점에 비춰 볼 때 (다른 연구팀에서) 우리와 유사한 실험을 마치고 결과가 나오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또 "돌리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과학계의 적극적인 반응으로 인해 크게 고무됐다"고 덧붙였다.

의혹이 쏟아지자 로슬린연구소는 독립적인 제3의 연구기관인 영국 레스터대학 유전학과 알렉 제프리 교수에게 DNA 지문검사를 의뢰했다. 검사를 위해 돌리의 혈액과 조직세포, 돌리에 체세포를 제공한 암양의 세포를 제공했다.

돌리에 체세포를 제공한 암양은 이미 숨진 상태였으나 이 양의 조직과 세포는 영국의 한나연구소에 냉동 보관돼 있었다. 이 연구소의 콜린 와일드 박사는 보관 중인 세포가 돌리에 체세포를 제공한 양의 것임을 확인했다.

암양과 돌리 핵의 DNA 지문을 대조한 결과는 '완전 일치'였다. 로슬린 연구소는 7월 22일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6개월 만에 완전히 풀린 것이다.

?엉터리 논란에 휘말린 상대성이론=아인슈타인이 1916년 발표한 일반상대성 이론도 한때 '사기 논란'에 휘말렸다. 이론이 엉터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상대성이론 중 태양 등 거대한 중력장이 있는 곳에서는 빛도 휜다'라는 내용은 맞지 않는다고 아인슈타인을 몰아붙였다. 1919년 영국 일식 관측팀은 개기일식이 일어날 때 별빛이 태양 가까이에서 휘는 장면을 촬영했지만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결국 이후 정밀한 관측과 후속 논문들이 발표되면서 일반상대성 이론이 받아들여졌다. 이 논란 덕에 아인슈타인은 더욱 유명해졌다.

◆나노 트랜지스터 조작=미국 벨연구소 얀 헨드릭 쇤 박사는 98년에서 2001년 여름까지 8일에 한 번꼴로 나노 트랜지스터 개발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네이처(7편), 사이언스(10편) 등 특급 저널에만 17편이 실렸다. 쇤 박사는 이 논문 발표 이후 노벨상 수상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나노 트랜지스터 데이터 중 일부에서 조작 흔적을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논문에 실린 방법대로 재연을 시도했지만 쇤 박사와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쇤 박사의 논문에 이의를 제기했고, 벨연구소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공동저자로 논문에 이름이 올랐던 20명은 실험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모든 실험은 쇤 박사 혼자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노트도 없었다. 시료는 부서지거나 손상됐고, 컴퓨터에 있어야 할 데이터 원본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쇤 박사의 연구는 사기로 판명났고 학술지에 게재된 모든 연구논문은 취소됐다.

◆도쿄대, 다이라 교수에 재실험 명령=일본 도쿄대의 다이라 교수는 98부터 2004년까지 네이처 등 저명 학술지에 1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다이라 교수는 '암의 전이를 좌우하는 분자는 리보자임'이라는 논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 역시 노벨상 수상 0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다이라 교수 논문대로 다른 연구자들이 실험해 봤지만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각국의 과학자들은 일본 RNA학회에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도쿄대가 조사에 나섰고, 다이라 교수는 실험노트나 실험결과를 보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대는 올 9월 다이라 교수에게 연말까지 검증하기 쉬운 4편의 논문에 대해 재실험을 하도록 명령했다. 다이라 교수가 지금까지 각종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600여 편에 이른다.

특별취재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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