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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보다 『정신』의 풍요 찾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현란한 서구 물질문명의 온갖 번뇌가 한국불교 참선 수행의 정적속에서 말끔히 사라진다.
전남 승주 장계산 송광사의 불일국제선원.
지난 73년 한국불교의 세계화률 의해 설립된 불일 국제선원에는 세계각국으로부터 찾아드는 불도 자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그 동안 수행을 마치고 계를 나간 푸른 눈의 서양인 한국불교 승려는 모두 25명.
이들 중 20여명은 본국이나 제3국으로 나가 활발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불일 국제 선원에서 선 과 교 (경전) 를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승려는 13명-.
풍요한 물질문명을 구가하는 나라들로부터 온 이들 외국인 승려 가운데는 비구니도 3명이나 있다.
지난 75년 비구니들만 사는 송광사 화엄전에 입방, 수행중인 프랑스인 여승 성일 스님(32·본명「말턴·하즈」) .
성일 비구니는 『왜 한국 불교를 택했느냐』는 질문에 『진리를 찾기 위해서』라는 한마디로 대답했다.
그는 고교졸업후의 세계여행중 송광사에 둘렀다가 수도 정진하는 스님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참된 「구도자상」을 발견 감명을 받고 그 길로 곧장 불문에 뛰어 들었다.
처음 「스님」이 되겠다고 부모에게 연락했을 때는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지만 이제는 가족들 모두가 자신의 길을 후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성일 스님은 한국어·영어애도능통, 불일 국제 선원의 대변인(?)역할을 당당하고 있다. 『나는 전생에 한국사람이였습니다. 영원한 정신세계에 살고싶어 택한 길이기 때문에 후회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는 4명의 고국 가족(부모·언니·여동생)과는 계속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6년전 캐나다에서 온 지광 비구니(36)는 X레이 기술자로 일하다가 불자가 될것을 결심 고독한 수행을 계속하고 있다.
또 하나의 비구니인 지광스님(32)은 현주인-.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 졸업 후 교사를 하다가 지난 80년 송광사 불문에 입문했다.
지광 비구니는 스님이 되기로 결심한데 대해 부모가 비교적 이해를 잘 해주었다고-.
부모가 82년 관광차 한국에와 3주일 동안 머물다 갔다, 송광사에도 들러 딸의 수도과정을 지켜보고는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물질문명 사회에 회의를 느껴 한국 불교에 입문한 도행스님(37)-.
『풍요한 물질 문명이 정신적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정신적 만족이 없는 「고통」속을 헤매다가 선을 익히고 보니 진정한 심신의 자유를 느껴요』미국 노드 캐롤라이나대 의학 코스를 마친 그는 의사 될것도 포기한채 공사판 목수생활을 전전하다가 10여년전 불교신자가 됐고 한국스님이 될 것을 결심, 지난해 송광사 불일 국제 선원에 입방 했다. 나이가 가장 어린 회광스님(21)은 덴마크의 유치원교사출신.
그의 불문입문 동기도 역시 물질적 풍요에서 오는 정신적 소외감을 극복, 삶의 지혜를 새롭게 가다듬자는 것이다.
송광사 외국인 승려가운데 최연장자는 서독의 공과대학 출신 혜일스님(51)-.
그는 6년의 엔지니어 생활을 했지만 삵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다가 스리랑카·태국 등지에서 15년동안 불교를 공부하고 지난81년 송광사로 왔다.
한국 불교의 선을 익히고 일본으로 건너가 계속해봤으나 한국에서와 같은 진지한 자세를 찾아볼 수 없어 지난1월 다시 송광사로 돌아왔다.
『인생의 참된 의미는 욕심 내지 않고 뒤돌아 본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데 있다고 봅니다』 혜일 스님은 한국의 전통적 도덕·윤리관이야말로 불심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며 무작정 서구 풍조를 따르는 것은 곰 자신의 파멸을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송광사=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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