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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신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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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섬유산업이라면 얼핏 사양산업으로 첨단기술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섬유분야의 기술개발도 놀랄만한 속도로 어루어지고 있다.
물론 2전년까지는 나일론과 폴리에스터의 출현 같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합성섬유는 나오지 않으리라는 얘기도 있지만 기존의 의류용 섬유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거나 탄소섬유· 아라미드 섬유·광섬유등 산업용 섬유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보다 값싼 공법을 개발하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섬유산업에 있어서도 우리 나라와 기술수준은 미· 일선진국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있다.
70년대의 고도 성장기를 지나면서 섬유수출이 연간 6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양적팽창을 이룩했지만 기술개발에는 재대로 눈을 돌리지 못했다.
국내 섬유업계들이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80년대 이후의 불황과 중공 등 후발 개도국의 추격이 시작되면서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일론 정전기 방지>
최근 1∼2년 사이 이같은 연구개발의 성과로 국내업체는 상당한 기술적 성과를 쌓았다.
나일론·아크릴·플리에스터 등 합성섬유는 길기고 세탁 성이 우수하며 구김살이 잘가지 않는 등 나름대로의 우수성도 있지만 흡습 기능이나 방염성이 약하고 정전기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을 뿐 아니라 값싸게 보이는 등 기능외적인 문제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들이 가공기술의 발달로 기술적 측면에서는 상당부분 해소됐다.
이미 레저용으로 실용화되어있는 방수 투습 원단은 체내에서 발생한 땀은 외부 발산시키지만 빗물 등밖에 물기가 스며드는 것은 차단시킨다.
지금까지는 일반원단에 폴리우레탄 수지를 코딩하는 방식으로 코오롱·제일합섬 방림방적 등이 방수 투습성의 원단을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 초극세사기술이 발달될 경우 이를 이용하는 본격적인 방수 투습 원단도 개발될 전망이다.
합성섬유기술 수준을 비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그 중의 하나가 얼마나 가는 실용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0·01데니어(원료1g으로 9백km의 실을 뽑을 수 있다)수준인데 비해 우리의 경우는 지난해 동양나일론이 0·1데니어(원료1g으로 90km생산)수준에 이르렀고 이제는 대부분의 합섬 메이커들이 0·1데니어 수준까지는 도달한 상태다. 김영두 제일 합섬 기획 조사 실장은 『0·01데니어 수준의 초극 세사개발은 가까운 시일 내 국내개발이 가능하나 문제는 수요』라고 말한다.
초극세사는 방수 투습 목적 외에도 인조 피혁용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0·01데니어의 초극세사를 쓸 경우 현재로서는 진짜가죽보다 오히려 값이 더 먹히는 상태.
이밖에 국내에서 개발된 고기능성 섬유로는 난연사·제뇌사·도뇌사등이 있다. 코오롱 선경합섬 등이 개발한 난연사는 보통합섬과는 달리 불이 옮겨 붙지 않아 불길을 제거하면 곧 꺼진다. 이 같은 섬유로 만든 난연성 커튼 등이 이미 시판되고있고 원사 단계에서 난연성을 부어 해주는 난연성 플리에스터 섬유도 이미 개발돼있다.
그러나 이 분야도 미국의 뒤퐁이나 일본의 데이진(제인)등에서 석면에 대체 할 수 있을 정도의 부연성 섬유가 나오고 있는데 비하면 이 짓은 뒤쳐진 상태다.

<일, 불연성 섬유개발>
합섬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정전기가 일어난다는 것. 제전사는 바로 이같은 정전기가 발생치 않도록 한것이다. 도전사는 합섬속에 탄소실을 배열 혼합해 바닥에 어드 시키는 것으로 옷에 먼지나 불순물이 달라붙지 않아 반도체·제약등 먼지를 피해야하는 공장에서 작업복으로 사용된다.
개질 섬유는 아니지만 코오롱이 최근 개발한 나일론 방축사 방사연신 공정도 일본에 이은 세계 두번째로 독자 개발된 기술.
이유건 선경합섬기술연구소장은 『국내 섬유기술은 적어도 의류용 원사 단계에서는 선진국의 90%수준에 와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소재를 중합용 용하거나 염색 가공하는 기술이 상당히 뒤쳐져 있다는 분석이다.
의류용 섬유에 비하면 산업용섬유는 이제 걸음마단계라고 볼 수 있다.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섬유의 경제성을 갖고 있는 산업용섬유는 그 응용범위와 수요가 날로 커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2∼3년전부터 겨우 연구단계에 들어갔다.
아라미드 섬유는 미 뒤퐁사가 개발해낸것으로 지금까지 철보다 강한 섬유로 알려진 나일론 66보다도 강도는 3배, 탄성률은 20배 이상 높고 섭씨3백45도의 열에도 변형되지 않는다.
이같은 특성때문에 플라스틱과 혼합한 방탄용 재키트나 헬밋등에 쓰이거나 헬리콥터의 밑 부분 보장재 등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이 KAIST와 공동으로 82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작년9월 실험실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탄소섬유는 60년대말부터 세계각국이 경쟁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최근 급속한 생산기술혁신이 이뤄지면서 여러업체들이 도태된 상태.
종래는 PAN(폴리아크릴로니트릴)에 열을 가해 탄화시키는 방법이 사용돼 있으나 이후 석탄·석유의 피치를 정제, 방사하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값싸게 양산할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따라 탄소섬유는 비행기의동체부문이나 군사용 레저용 등으로 수요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시장 좁아 애로>
김일두 코오롱 기획 담당이사는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국내시장이 좁은것이 기술개발을 어렵게 하고있다』고 말한다.
아직 연구실단계에 있는 산업용 섬유는 차지하고라도 의류용 섬유에 고기능성을 부여하는 연구에도 비용이나 인력소요가 매우 큰데 개발후의 시장수요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얘기다.
국내 섬유업체중 자체 연구소를 갖고 있는 한일합섬·코오롱·제일모직·제일합섬 선경합섬 동양나일론·삼양사 쌍방울 등 8개사뿐. 연구 인력이라야 모두 합해 3백명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의 규모인 뒤퐁의 연구인력이 10만명 수준에 달하는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연구개발비도 총액은 둘째치고 매출액 대비층이 1%에도 못 미친다. 업계의 노력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아쉽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없이는 예를들어 미국에서 지금 연구되고있는 섬유자체가 태양 빛이나 인공광선을 에너지원으로 해서 발열·냉각기능을 갖게 한다거나 지금처럼 옷감을 재단하거나 꿰매지 않고 섬유원료를 분사시켜 그대로 몸에 맞는 옷을 만들어 내는 식의 기술은 결국 남의 나라이야기로 남을 수밖에 없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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