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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 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몽땅 모여보자. 오늘·지들이 하기로 했어.』
친구의 명랑한 폭소리가 전화기 속에서 울려나온다.
부리나게 채비를 하고 거리에 나섰으나, 봄답게 버스는 하품을 하며 기어갔다.
『다들 모였구나』
인사를 하며 둘러보니, 오랜만에 보는 몇몇 동창들 얼굴바로밑에 조그맣고 앙증맞은 또하나의 얼굴둘이나를 건너다 보고 있었다.
서너달 사이를 두고 차례로 결혼하더니, 또 몇달 사이로 아기 엄마가 되어 나타난 그녀둘에게 뭐라고 첫 마디를 건네야할지 나는 장시 쩔쩔맸다.
『예쁘구나.』
고작 이렇게 한마디를 하고 한친구의 아기를 받아안았다. 아기가방실방실 웃었다.
『모여 있으니까 꼭 우량아 선발대회 같구나.』누군가 불쑥 던진 말이 좌중에 웃음을 터지게 했고, 공연히 나 흔자서만 압도당해 있던 분위기가 차차살아나기 시작했다. 친구는 새댁의 모습으로 손섹이 없었고, 정갈하게 내놓은 음식은 맛이있있다.
1년 남짓의 세월은 친구들을 엄청나게 변하게했다. 학창시절의 풍선같았던 꿈은 훌훌 날려 보내고 평범한 행복을 찾은 그녀들이 현명해 보였다. 나이에 맞는,그래서 아주보기좋은 아름다움이었다.
나는 한 친구를 눈짓으로 불러내 마루로 나갔다.
『기분이 어떠니?』
『정신을 못차리겠어. 요술을 부린 것처럼 달라졌다, 얘.』
『그런데도 무척 자연스렴잖아. 그렇지?』
동법상련-. 아직 시집 못간 둘이는 서로를 쳐다보며 다그치고 있었다.
『어서 가야지, 어서.』

<경남남양주군구율읍인 7리 314의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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