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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弗 금화 실린 보물선 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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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 여름 사상 최대의 해저 보물 인양작업이 이루어진다.

뉴욕 타임스는 25일 영국 정부가 지난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베이에 있는 해저탐사 전문업체인 오디세이에 17세기 말 지브롤터해협에서 침몰한 영국 전함 서섹스호(號)의 인양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서섹스호는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때인 1694년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기 위해 5백여명의 선원과 80문의 대포를 싣고 지중해의 관문인 영국령 지브롤터 앞바다를 지나던 중 폭풍우를 만나 침몰했다.

당시 서섹스호는 프랑스의 동맹국으로 프랑스 남동부를 지배하던 사보이 대공(大公)을 매수하기 위해 현재 시가로 40억달러(약 4조8천억원)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의 금화를 싣고 있었다.

오디세이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네차례의 탐사를 통해 서섹스호의 잔해가 묻힌 것으로 보이는 해저 둔덕을 조사했다.

오디세이는 올 여름 이 해저 둔덕의 바로 위에 대형 선박을 띄워놓고 로봇을 8백m 해저로 내려보내 정확한 인양지점을 파악한 뒤 본격 인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양작업을 지휘할 그렉 스템 오디세이 이사는 "침몰선 인양 역사상 가장 깊은 곳에서 이뤄지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세이는 당초 지난해 9월 국제법상 서섹스호의 소유권자인 영국 정부와 인양계약을 체결해 지난 1월까지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영국 고고학계와 정치권이 "인양작업 과정에서 해저 유물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으며, 발굴 유물을 판매하도록 한 조치로 고고학적 분석과 공개 전시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상업적 인양에 반대해 난항을 겪었다.

영국 정부와 오디세이는 "막대한 인양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금화 판매가 불가피하지만 대포 등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유물은 신중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디세이는 인양된 보물과 침몰 선박 적재물의 가치가 4천5백만달러 이하일 때는 80%, 4천5백만~5억달러 미만인 경우는 50%, 5억달러 이상이면 40%를 배분받기로 약정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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