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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소외계층과 특진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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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2일 국립의료원에 갔던 환자들은 흉부X선촬영료등 일부수가가 10%가량 내린 것을 보고 기뻐했다.
정부의 최근 저물가정책에 따라 의료수가도 내린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수가인하는 자율이 아닌 전혀 타율에 의한 조치였음이 뒤늦게 확인됐다.
감사당국이 일반환자의 일부 수가에 부당하게 매겨져 있는 10%의 「옷돈」을 깎아 낸 것이다. 이 옷돈은 법원측이 의사처우등 모자라는 수익을 보충하기 위해 몰래 덧붙여 놓은 것이었다.
만일 감사당국의 지시가 없었다면 일반환자들은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채 부당한 진료비를 계속 지불했을 것이다.
일반환자라면 제1종(직장), 2종(지역)의료보험의 어느쪽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의료의 소외계층」이다.
의료보험혜택을 받는 사람이 직장이라도 갖고 있는 중류층인데 비해 일반환자는 대부분 막노동자·자영상인등 서민층이다.
의료혜택이 가장 절실한 이들에게 의료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 의료보장제도의 모순이 있다. 그런데도 이들 일반환자에게 특진환자와 같은 수가의 「바가지」를 씌운 국립의료원의 처사는 비정한 느낌조차 없지 않다.
사회보장의 확대는 시해의 공정성·균일성에 생명이 있다.
국립병원이 의료보험환자가 늘어난데 따른 수익감소를 불쌍한 「그늘진 계층」에 바가지를 씌움으로써 보충하려 했다면 이는 사회정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인술의 본령을 크게 이탈한 것이다. 일종의 사기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종합병원에 성행하고 있는 특진제도부터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져야 할 것 같다.
요즘 종합병원에 가는 환자는 특진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특진외의 환자들은 대개 수련의급의사들이 진료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스태프급 전문의들의 진료를 받자면 특진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다. 울며 겨자 먹기다.
이렇게 특진을 받은 환자들은 처치·조제료·수술비등에 20∼50%씩 불어 있는 비싼 특진료를 부담해야 한다.
모든 종합병원이 교묘한 방법으로 이 같은 특진을 유도하고 있다. 병원수익을 올리기 위한 경영전략이다.
수가가 싼 의료보험환자 점유율이 서울시내 종합병원의 경우 전체환자의 60∼70%를 넘어서 병원경영이 어렵다는 것이 병원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만으로 의료보험환자에게 「저질진료」를, 일반환자에게「바가지수가」를 매기고 옷돈을 내는 특진을 받아야 하도록 유도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의 세츌조정등 차원높은 정책과 함께 법원도 의술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자세률 냉철하게 반성할 때다.
밑지면서 인술을 베풀 수 만은 없는 만큼 보사당국도 이 기회에 일반수가를 끌어 내리고, 의보수가도 조정, 의료수가를 「적정한선」에서 일원화하는 용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금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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