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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의 소리] 성형수술 부추기는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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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름다운 5월, 올해도 어김없이 소위 '미의 제전'이라며 미인대회가 열렸다. '미스코리아대회'를 포함한 각종 미인대회가 고전적인 반여성적 문화 코드를 상징한다면, 최근 우리 사회의 과도한 다이어트와 성형 열풍은 자기관리라는 외피를 쓴 외모지상주의 문화를 대변한다.

외모지상주의는 성과 세대를 초월해 모든 사람을 '몸과의 전쟁'에 나서게 하지만 특히 여성들에게는 일상적인 억압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성형수술 후유증을 비관한 20대 여성 두명의 동반자살 사건은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 또 다른 차별, 외모지상주의

한국여성민우회는 늘어나는 몸에 대한 새로운 억압에 대항해 '노(No) 다이어트, 노(No) 성형'운동을 시작했다.

인터내셔널 노 다이어트 데이(International No Diet Day)인 지난 6일엔 서울 명동에서 여성들이 과도한 다이어트와 성형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저항하고, 스스로를 보호하자는 거리 캠페인도 벌였다.

남성중심적인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철저하게 통제됐다. 특히 정절(貞節)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몸을 극도로 억압하는 사회적 장치였다. 지금은 외모지상주의가 여성의 몸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큰 키, 날씬한 몸매, 작은 얼굴, 깨끗한 피부를 위해 여성들은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전의 억압이 강제된 것이었다면, 지금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동조하며 적극 수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몸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얼마든지 변형 가능하고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팽배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외모지상주의의 기준에 맞는 몸을 만들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외모지상주의 사회는 자기관리는 물론 멋진 외모를 만들지 못한 여성에게 나태하고 무능하다고 낙인을 찍는다. 취업과 결혼 등에서 외모로 여성을 차별하는 것도 정당화된다. 그러나 외모중심 사회가 제시하는 미의 기준은 정상적인 기준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

이를 좇는 많은 여성은 일상적으로 자기비하와 학대를 반복하며 건강을 잃고, 자신의 잠재력과 창조적 힘을 소진하면서 돈까지 낭비한다.

지난 4월 본회의 조사에서 정상체중의 경우에도 자신의 체중에 대해 83%가 불만족이었고, 74.5%는 콤플렉스 극복 등의 이유로 성형수술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43.1%는 성형수술을 받을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기관리'라는 이데올로기는 나날이 커지는 뷰티산업과 상업적 대중문화에 의해 더욱 확산, 유포되고 있다.

현재 다이어트 식품 1조원, 성형수술 7천억~1조원 등 이른바 뷰티산업의 규모가 7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많은 기업이 미래 핵심산업이라며 뛰어들고 있다. 성형을 내건 병.의원들은 온갖 매체를 통해 기상천외한 문구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며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 번창하는 뷰티산업의 마수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폐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청소년 가운데 헌혈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빈혈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 환자도 늘고 있다. 가임기 여성의 무월경.무배란 증가, 빨라진 골다공증 발병연령 등 여성들의 피해는 말로 다할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여성 개인의 의식만을 탓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시장이 된 여성의 몸을 향해 밀려드는 자본과 이에 영합하는 상업적인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존중하고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올바른 정보를 공공의 영역에서 제공하는 것은 물론 불법적인 다이어트 식품 및 성형수술 광고의 근절과 더불어 방송프로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다이어트 식품에 대한 전면적 조사를 해야 한다. 외모를 여성의 능력이라고 부추기는 사회환경 때문에 오늘도 여성들은 생명과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

김상희(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