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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8800억원 쾌척 … 팀 쿡은 '기부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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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중앙포토]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55·사진)이 “전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4월 1일자 미국 경제잡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다. 쿡 CEO는 “10살인 조카의 대학 학비를 대주고 나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쿡 CEO의 재산은 8억 달러(약 8800억원)로 평가된다. 쿡은 인터뷰에서 “소리 소문 없이 기부를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춘은 “쿡이 자선 단체에 돈을 그냥 주기보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돕는 것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쿡은 2011년 10월 애플 CEO가 됐다.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6주 만에 애플호의 선장에 올랐다. 당시 그의 CEO 임명에 대한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포춘은 “쿡이 이끄는 애플은 혁신할 수 없을 것”, “(잡스 없는) 애플은 매우 훌륭한 제품을 더는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썼다. 카리스마 넘치는 전임자인 잡스의 후계자인 탓에 다소 불리한 기저효과를 안고 출발한 것이다. 쿡은 세간의 냉담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색깔로 애플을 이끌었다. 지난해 말엔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쿡은 인터뷰에서 ‘전설이 된 잡스’의 후계자란 엄청난 부담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했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답하기보단 그들을 무시하는 방법을 배웠다. 공직 선거에 출마한 것이 아니니 비판자들의 표를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회사 경영을 위해) 내가 옳은 일을 하는가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쿡 CEO는 애플 투자자들에게 메시지도 전했다. “애플이 원하는 주주는 멀리 보는 사람들이다. 왜냐면 애플의 의사 결정 방식도 그렇기 때문이다. 단기 투자자라면 자기 뜻대로 주식을 사고 팔아 이문을 남길 수 있다. 그게 또 그들의 방식이니까. 하지만 어떤 투자자든 애플이 장기적 비전을 갖고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만 알아줬음 좋겠다.”

 포춘은 경영자로서 잡스와 쿡의 상반되는 행동 양식을 비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인 쿡의 스타일도 잡스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포춘은 “잡스는 기업의 기부 문화에 시큰둥했다. 하지만 쿡은 기부를 자랑스럽게 알리고 직원들에게도 이런 문화를 독려한다”고 분석했다. 쿡은 “연못에 던진 조약돌처럼 변화의 잔물결을 일으키고 싶다”며 “애플 임직원들은 늘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적극 기울여왔지만 대외적으로 이를 드러내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애플이란 회사는 지금까지 돈을 버는 것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둬왔다”고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이유도 설명했다.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이런 성명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포춘에 따르면 동성애자라는 그의 성 정체성은 애플 내에서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사실이었다. 회사 안에선 그 얘기를 화제에 올리는 것 자체가 따분한 주제(yawner)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사실을 공표한 이유는 쿡의 평소 소신 때문이었다. “(사회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은,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도 많다. 난 확실히 아주 많이 받은 사람”이라는 게 쿡이 성명을 발표한 동기다. 포춘은 “쿡 CEO는 거대 기업 경영자인데도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극도로 꺼렸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쿡에게도 큰 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포춘은 성명 이후 쿡 CEO가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일하던 CEO에서 글로벌 역할 모델이 됐다”고 소개했다. 쿡은 지난해 10월 이후 인권, 평등한 교육 기회, 미국 경제계에서 여성의 입지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미 경제지 포춘과 인터뷰서 밝혀
“비판자들 무시하는 방법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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