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못해먹겠다" 위기감] 장관들은 대통령 눈치보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새 정부 들어 바뀐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 답답합니다. 예전에야 청와대 수석들이 담당 부처를 일일이 챙겼지만 이젠 각 부처가 책임을 지고 수행하라는 것 아닙니까. 부처 간 충돌이 있으면 총리가 조정력을 발휘하라는 것이고요."

최근 화물연대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정부의 무능이 도마에 오르자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내각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盧대통령이 각종 현안에 대해 일일이 직접 자신의 의견을 밝혀야 하고, 그러다 한계에 봉착한 듯한 발언까지 이르게 된 데는 내각의 취약함도 한 요인이라는 시각이 많다.

우선 이해집단의 극렬한 반발에 부닥친 정책과 관련해 당초 盧대통령이 국정과제 추진에 전념하는 대신 내각을 책임 운영할 것이라던 고건(高建)총리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화물연대 사태 당시 高총리는 盧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심각성을 파악조차 못한 관계부처 장관들을 심하게 질타한 후 부랴부랴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했으나 주도적으로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각 부처의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도 미흡해 새만금 사업을 놓고 개발 지속을 주장하는 농림부 장관과 반대하는 환경부 장관의 이견도 결국 盧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어정쩡하게 정리됐다. 총리실 쪽에선 "실질적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악순환'의 양상도 표출되고 있다.

장.차관들도 문제다. 새 정부의 취재 시스템 변화와 관련해선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이 高총리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브리핑룸 통합 계획을 밝혔다가 총리실로 불려가 지적을 받고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장관들의 경우 주요 정책을 주도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논란을 빚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시행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 것 같다""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NEIS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인권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을 바꿔 문제를 더욱 꼬이게 했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정부 측이 화물연대 측 요구를 전폭 수용하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며 강력 반발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