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엄마가 버렸어도 넌 소중한 생명 … 입양된 새끼오리 삑삑이 성장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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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날아라, 삑삑아!
권오준 글, 김주경 그림
파란자전거
128쪽, 9800원

생태작가인 저자가 2011년 직접 겪은 일을 동화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렇게 동화 같은 일이 실제 있었단 말인가, 신기하고 놀랍다.

 학교 앞 벼랑연못 안에 있는 갈대 둔덕에서 야생 흰뺨검둥오리가 알을 낳았다. 일곱 마리의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 어미오리와 함께 연못 이곳저곳을 헤엄치고 다닐 무렵, ‘구아아저씨’는 갈대 숲 구석에서 버려진 오리알을 발견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을 인공부화기에 넣었는데, 일주일 뒤 오리가 부화했다. 헌데 부화기에서 깨어난 새끼오리는 연못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어미오리가 자기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마치 적을 대하듯 새끼오리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새끼오리는 아파트 6층 구아아저씨 집으로 ‘입양’됐다. ‘삑삑이’란 이름도 얻었다. 이후 삑삑이가 나는 법과 헤엄치는 법을 익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기까지 240일 동안의 성장 과정이 뭉클하게 이어진다.

 저자는 “삑삑이와 함께 살면서 동물도 인간처럼 풍부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삑삑이의 이야기는 우리가 다른 이(사람이든, 동물이든)의 감정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교감·소통할 때 삶이 얼마나 풍성해지는지 보여준다. 각인 현상과 귀소 본능 등 새의 생태에 대한 생생한 정보는 덤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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