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도와주래이" 얘기 듣기 힘들어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회의원이 되고 대구에서 맞는 세 번째 설이다. 처음엔 알아보는 사람조차 없었다. 이듬해엔 “홍의락이 누고?” 하는 정도였다. 올해는 반가워하며 “아이고, 홍 의원!” 하고 손을 꽉 잡아준다. 필자는 대구 북구을에서 활동(지역위원장)하고 있는 유일한 야당 국회의원이다. 3년 전 짐을 싸 대구로 내려왔다.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 대구 민심은 두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복잡, 미묘’.

 이번 설엔 대구로 내려온 귀향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대구 북구 매천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야당은 이제 (박근혜 정부를) 가마~ 놔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야당을 욕하면서 하는 말이 “경제는 쪼매 살려놔야재”라는 것이었다. 말을 더 붙이면 “아이고마, 청년들은 다 떠나재, 여기는 일자리도 없재…. 고마 속수무책인기라”라는 하소연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감정은 기대에서 연민으로 바뀌었다가, 불안과 실망이 추가되는 듯했다. 세월호 앞에서 대구지하철 참사를 기억하며 눈물을 흘렸고,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과 문고리 3인방 논란을 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던 대구시민들이다. 최근 이완구 총리 인사청문회 소식을 접하곤 “사람이 저래 없노”라고 가슴을 쳤다. 지난해까지 “니가 국회 가서 여당과 잘 협조하그라. 박 대통령 잘되게 해줘야 한데이”라던 분들이 올해는 아무런 부탁도 하지 않았다.

 비판을 하긴 해도 야당과의 ‘동거’엔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툭툭 던지고 묻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이래서 야당이 있어야 한다 아이가. 대구에서 한두 석은 해야지. 그래야 대구가 좀 살낀데….” ‘일당독점’ 지역은 발전이 없다는 것, 야당의 존재와 필요성을 공감하는 흐름이 보인다. 그럼에도 그러한 변화의 선택을 본인 자신이 직접 하는 것에 대해선 고개를 망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람은 괜찮은 것 같은데. 공장(당)이…” 혹은 “대구에서? 에이 그게 되나!” 이런 정서가 존재한다. 수십 년간 그래왔듯이.

 대구 민심은 솔직하다. 정도 많고 욕도 많다. 그만큼 열정적이다. 거칠고 맹목적인 것처럼 보여도 이면엔 이성적 사고와 순수함이 분명 존재한다. 어찌 보면 대구 민심 깊숙이 다가가지 않은 여야의 안일과 회피가 ‘지금의 대구’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홍의락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구시당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