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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또 의붓 남매 학대 … 싱크대에 버린 밥까지 먹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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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기밥솥 버튼 잘못 눌렀다고 아홉 살 의붓딸에게 …

폭행은 물론 아홉 살 의붓딸에게 싱크대에 버린 밥을 먹이고, 일곱 살 의붓아들에게는 아이스크림 10개를 한꺼번에 억지로 먹인 30대 계모가 재판에 넘겨졌다.

 울산지검 형사2부(김형준 부장검사)는 22일 아동학대 혐의로 최모(35·여)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최씨는 2007년 현재의 남편인 에어컨 설치기사 김모(32)씨를 만났다. 최씨는 결혼한 적이 없고, 두 아이가 있는 남편 김씨는 이혼한 상태였다. 한동안 동거하다 2011년 혼인신고를 하고 정식으로 부부가 됐다.

 둘 사이에 생긴 자녀는 없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최씨의 의붓 자녀 학대는 지난해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지난해 4월 당시 일곱 살 의붓아들에게 아이스크림 10개를 먹였다. 장난감 물총을 살 돈 2000원을 줬는데 아이스크림을 사온 게 발단이었다. 최씨는 아이스크림을 아들 얼굴에 던졌고, 아들은 코피를 흘렸다. 최씨는 이어 “아이스크림 10개를 다시 사오라”고 했고, 시키는 대로 한 아들에게 이를 모두 먹도록 했다.

장난감 살 돈 아이스크림 샀다고 일곱 살 의붓아들에겐 …

 지난해 5월에는 당시 아홉 살 딸에게 싱크대에 버렸던 밥을 먹였다. 전날 저녁에 전기밥솥 취사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를 혼내다가 남편과 부부싸움을 한 뒤의 일이었다. 의붓딸의 머리와 뺨도 때렸다. 딸이 울면서 피하자 플라스틱걸레 자루를 집어들어 아이의 팔과 허벅지 등을 때렸다. 또 ‘엎드려 뻗쳐’를 시킨 뒤 엉덩이 등을 30분에 걸쳐 수십 차례 때린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최씨는 2012년에도 딸이 친구들과 놀다 늦게 집에 돌아왔다는 이유로 손바닥을 수차례 때리고, 넘어진 딸을 발로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의 범행은 딸의 몸에서 학대 흔적을 발견한 초등학교 교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아이의 머리에서 무엇인가에 맞은 듯한 상처를 본 교사는 몸 전체를 다시 살폈고, 멍자국들을 발견해 경찰에 알렸다. 최씨는 경찰과 검찰에서 “아이를 때리고 아이스크림과 버린 밥 등을 먹게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훈육 차원에서 그랬을 뿐 심하게 때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검찰은 “아내가 반성하고 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남편의 의견을 받아들여 계모 최씨를 구속하지 않았다.

 재판이 진행되자 남편 김씨는 두 자녀를 데리고 인천으로 이사했으며 아내와는 별거 중이다. 재판은 울산지법에서 이뤄지고 있다.

울산=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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