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이성 교제 숨기는 게 탈 | 청소년 지도 육성회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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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92.8%가 이성 교제나 교우 관계·진학 등으로 고민을 안고 있으며 특히 생에 관한 의문점은 72%가 잡지나 친구를 통해 해결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시급한 해결책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 청소년 지도 육성회(회장 이매리)에서는 27일 하오 상담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불순 이성 교제와 탈선」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열고 이성 교제에 관한 각종 상담 사례를 집중 논의했다.
발제 강연에 나선 정철희씨 (서울 청소년 지도 육성회 상담 실장)는 『연간 5백여건의 상담 사례 중 이성간의 그룹 미팅과 야외에서의 탈선이 청소년 문제의 당면 과제』 라 전제하고 『상담자로서 아버지와 선생님의 역할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정씨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남학생의 경우 6명에 1명, 여학생은 30명에 1명꼴로 섹스 경험이 있다고 대답하고 있으며 남학생의 54.2%가 이성 교제를 경험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이성교제를 경험한 청소년들의 대부분이 생활 리듬이 깨지고 성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따른다고 호소하고 있는데 이들 청소년들이 이성을 만나는 장소는 버스정류장이 압도적으로 높다.
순복음중앙교회에서 청소년 상담을 맡고 있는홍명의씨는 『청소년이성교제의 대부분이 부모가 모르게 하는 경우』 라고 밝히고 『상담실을 찾은 청소년들은 이미 그 해결의 정도가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홍씨는 특히 『부모들이 자식들의 이성 교제에 대해 자꾸 감추려고만 하기 때문에 탈선의 정도가 심각해진다』고 전제하고「바로 지금부터 활자 매체와 영상 매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할 시기』 라고 강조한다.
즉 국민학교 어린이들 간에도 공공연히 도색잡지가 공개되고 있으며 가정에서의 문란한 내용의 비디오 테이프 관리 또한 소홀해 이에 대한 주의가 요청된다는 것.
또 YMCA 정신 건강 상담실의 이승정씨는 『불순한 이성 교제로 상담을 하는 청소년 상담은 대개 면접 상담이므로 구체적인 사례가 별로 없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건전한 이성 교제에 대한 상담 지침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는 이성 교제에 대해 청소년들이 상담을 할 때 상담자보다는 친구나 자기 스스로가 판단하고 해결하고 있어 탈선의 악순환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형편.
한편 근로 청소년들에 있어 이성교제는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낼 동료가 없다는 데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근로 청소년들은 가정에서 멀리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청소년에 비해 상담의 기능이 크게 강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담 기능이 크게 부족한 실정.
노동부의 청소년 계장 박종철씨는 「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담은 방문 상담이나 함께 생활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기숙 상담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하고, 여가 프로그램과 상담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이성 교제에 따른 탈선은 부모들이 앞장서서 이성 교제를 건전하게 유도해야 부작용을 미리 막을 수 있다』는 구본권씨(삼육재활원 상담)는 『제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은 자칫 성에 대한 호기심만을 자극하기 쉽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간담회에 참석한 상담실무자들은 『청소년 이성 교제에 따른 탈선의 정도가 점차 그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성교육 자체 보다 이성간의 만남을 각종 사회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육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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