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생충알 발표해놓고 인체엔 해 없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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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번에 검출된 기생충 알이 미성숙란이어서 섭취하더라도 바로 배출돼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밝혔다. 불과 열흘 전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 검출을 발표해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통상 마찰까지 부르더니 인제 와서 기생충 알이 해가 없다니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설사 별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민이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는가. 또 우리 정부의 발표 이후 중국에서 이미 수출 금지와 허가 취소 조치를 당한 업체들의 피해는 어찌 되는가.

김치는 우리 국민의 기본 반찬거리이고 대표적인 농산물 수출 품목이다. 이번 사태가 김치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한해 1억 달러 이상인 김치 수출도 적지 않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최근의 김치 파동은 정부의 '직무 유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지금까지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의 기생충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 국회에서 중국산 김치에 기생충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때야 부랴부랴 검사해 허겁지겁 발표했다. 이런 판이니 기생충 문제에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 된 국내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될 가능성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정부는 식품 원료의 생산에서 소비 단계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식품안전대책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도 식품행정의 총체적 부실을 인정하며 여러 대안을 추진키로 했다. 체계적인 식품행정을 위해서는 우선 8개 부처로 분산된 식품 관리 기능을 일원화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식품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이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처 이기주의에 가로막혀 말로 끝나고 말았다. 이번에는 제발 땜질 처방으로 넘어가지 않기를 정부.여당에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