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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기 조종사의 이름까지 알아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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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KAL기 격추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괄목할 전자첩보능력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후방 2km에서 목표기 확인』『항법등이 점멸하고있다』『미사일 발사』『목표물 격추되었다』는 등 『일본 자위대가 포착한 교신기록은 소련전투기 조종사와 지상기지의 대화내용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를 근거로 「고또오다」(후등전정청)관방장관은 사건다음날인 2일 소련의 격추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낼수 있었다.
자위대는 이 교신기록에서 소련조종사의 성문을 분석, 이름까지 지적해 낼수 있는것으로 알려졌다(13일동경신문). 오랜기간 계속된 교신과 다른 채널로 수집한 정보를 종합하면 신분확인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KAL기의 격추를 뒷받침할 생생한 자료를 제공한것은 동경 이찌가야(시곡)에 본부를둔 육상자위대조사제2부별실, 통칭 「조별」이라는 기관으로 알려지고있다.
조별은 미국의 NSA(국가안전보장국)에 비교될수있는 일본전자정보의 핵심기관. 58년에 설치됐으며 육상자위대 6백명, 해상자위대 2백명, 항공자위대 2백50명, 문관 1백50명등 l천2백명이 소속돼있다.
연간 예산은 약 10억엔정도.
조별의 임무는 「일본상공에 날아드는 각종 전파를 수집, 발신원인 항공기·함정등의 종류, 행동을 판별하고 주변의 군사정세를 파악」하는 일이라든가 「통신 혹은 전자병기에 대한 전파방해 방지, 암호등을 연구」하는것 등으로 돼 있다. 한마디로 전자 첩보가 주 임무다.
북해도의 왓까나이(치내)등 전국 9개소에 전파수신시설을 갖추고 24시간 소련·북한·중공의 움직임을 감시한다.
이번 KAL기사건에 수훈을 세운것은 사건현장에 가장 가까운 왓까나이 통신기지.
일본의 통신정보수집능력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71년9월12일 중공의 임표가 탔던 비행기격추사건도 일본정부는 중공내의 교신상황으로 중대한 사건이 있었음을 알았다.
그러나 조별의 정보정취기능이 비약적으로 개선된 것은 76년9월의 「벨렌코」중위망명사건이후. 당시 일본의 레이다기지는 「벨렌코」가 몰고온 미그-25기를 포착하지 못했으며 이것이 정부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후 방위청은 북해도를 중심으로 레이다기지와 전파수신능력을 대폭 강화했다. 조취현의 미보기지는 77년 40억엔을 들여 건설, 78년10월부터 가동하고 있는데 시베리아의 연해주에서 한반도 동해를 커버할 능력을 갖추고있다.
일본전국의 레이다기지는 모두 28개소이며 그 성능은 소련의 극동지역 레이다기지 1천개보다 오히려 우수하다는 「다께다」(죽전오낭) 전통합막료회의 의장의 평이다.
그러나 그는 이처럼 우수한 일본의 전자첩보능력도 미국에 비하면 아직어린애라고 말하고있다.
미국의 NSA는 전세계에 2천개의 전파수신기지를 갖고있으며 요원은 5만명이라는 설도있고 12만명이라는 설도 있다.
미국은 일본에서도 신나천현의 상뇌곡, 중승의 초변, 청삼의 삼택기지등 몇개의 기지를 운영하고있다.
미사와(삼택)기지에는 직경 3백m, 높이30m의 거대한 원형 안테나를 갖고있어 「코끼리우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동부, 연해주, 북태평양까지를 커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근무하는 요원만 3천명. 이번 KAL기사고때는 이곳에서 교신내용을 포착, 워싱턴으로 보냈을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그밖에 미국은 오끼나와에 주둔하는 제376전략방공단의 EC-135, RC-135기, 그리고 전략정찰기 SR-17, 공중조기경계경보기(AWACS)E-3, 대잠수함초계기P-3C등 항공정찰기를 끊임없이 띄우고 있으며 빅 버드, KH-11등 인공위성도 일본주변의 육상·해상을 감시하고있다.
그능력은 블라디보스토크근처의 지상에서 연습하는 전차끼리의 교신내용도 모두 정취할수있을 정도다.
일본은 통신청취에서는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나 항공정찰이나 위성정찰에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다.
전자장비를 갖춘 YS-11E기 2대가 있으나 훈련용에 지나지 않으며 위성정찰은 아직 손을 댈 생각을 못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AL기사건에서 미국과 일본의 발표는 몇가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
KAL기가 격추된 시간을 미국은 1일상오3시38분이라고 한데비해 자위대는 29분을 고집하고있고, KAL기를 격추한 소련기도 미국은 수호이-15라고 한데 대해 일본은 미그-23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소련기의 코드넘버를 밝히고 있는데 일본발표에는 그것이 없다. KAL기를 추적한 소련기수도 미국은 8대, 일본은 3대다.
결과는 미국측의 정보가 정확했던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이 감히 미국방성의 발표에 도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것은 일본의 전자첩보능력이 그만큼 고도화됐다는것을 의미한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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