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화같은 대소공세 열흘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KAL기 사건 정부선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KAL기피격후 외무·교통부등 관계무처가 꼬박 이 일에 매달려있으나 사건은 장기전의기미를 보이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서방측의 단결을 가장 두텁게 했다고 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대소규탄의 여론을 일으켜 대소공세에는 일단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족벽같은 소련의 태도와 우리의 힘의 한계등으로 사건자체의 바람직한 해결전망은 흐리기만하다.』
○…정부의 KAL기사건 대처모임은△국무총리 주재의 관계장관회의△교통차관을 위원장으로한 사고대잭위원회△노재원의무차관을 반장으로한 외교대책반이 있다.
김상협총리주재 관계장관회의는 사고대책위원회와 외교대책반에서 올리는 그때그때의 상황점검과 대응책을 종합적으로 거르는 기능을 하고있다.
관계장관회의에서는 강경론에서부터 온건론까지 여러가지 의견이 제시된다.
사건초기에는 일부장관들이 좀더 강경한 대응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등 톤이 높았으나 시일이 흐르면서 비교적 냉정한 분위기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9월과 10월 소련에서 열리는 레슬링·유도·역도세계선수권대회참가문제에 대해 일부장관들은 우리선수단 파견을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86아시안게임과 88얼림픽을 치러야할 체육부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
그래서 선수단파견은 취소하되 국제심판과 회의참가자는 별도로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설왕설래도 나온끝에 결론을 유보.
또 교통부주관의 사고대책위원회가 관민합동조사반을 일본의 왓까나이에 파견키로 했다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범석외무장관등 일부 각료가 반대해 민간조사반으로 바뀌기도 했다.
○…외무부는 지금까지 소련의 만행을 공식으로 규탄한 국가가 중공·루마니아·유고슬라비아등 공산귄을 포함해 84개국(9일 현재)에 달해 외교적으로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
특히 안보리발언국 42개국(5차회의까지) 중 IPU서울총회를 저지키위한 북한의 책동에 앞장섰던 토고가 우리를 지지한데 큰 고무를 받았다.
그러나 상당수 제3세계국가들은 이 사건을 미소간의 대결차원의 문제로 인식, 우리측 입장을 지지할 뜻이 없음을 밝혀 우리측을 크게 곤혹스럽게 했다.
우리와 경제관계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중동의 모왕국, 비동맹운동의 기수인 아시아의 모국등이 이같은 태도를 표명해 본부와 주재국대사가 정부·의회·언론등 동원할수 있는 모든 채널을 가동해 발이 부르트도록 총력전을 편결과 가까스로 우리정부입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당국자는 고충을 토로.
정부차원에서 우리를 지지한 84개국중 중공·토고가 특기할 나라인데 중공은 2일 외교부성명과 1일의 안보리회의를 통해 『이번 KAL기격추사건에 충격과 유감을 표명한다』고 중공민항기사건에 대한 보은의 행동을 표시.
안보리 제4차회의에서 「토비·코」주유엔싱가포르대사는 특히 『소련영공을 침범하는 항공기의 격추를 규정한 소련국경법을 개정해 국제법과 일치토록 하라』 고 소련에 강력히 요구하기도했다.
정부차원은 아니지만 공산권인 루마니아와 유고의 언론이 일부 제3세계국가의 침묵과는 대조적으로 소련을 규탄한것도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이에 충격을 받은 소련은 침묵을 지키고있던 동독·불가리아·체크·폴란드등 위성국들에 압력을 가해 폴란드·동독·불가리아가 4차안보리회의에서 드디어 대미반격을 시도.
○…정부와 서방측은 다음주에 표결될 안보리의 대소규탄결의안을 놓고 유엔은 물론 이사국 15개국의 수도에서 협상 내지는 득표공작을 맹렬하게 전개.
8일 서방측을 대표해 네덜란드가 제안한 결의안은 당초의 우리주장보다 훨씬 연화됐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것이 안보리이사국들의 성분구성비 때문이었다는 후문.
15개 이사국중△서방측이 4개국(미·영·블·화)△공산측이 3개국(소·중공·폴란드)△친서방 3객국(자이레·요르단·파키스탄) △친공 5개국(토코·니카라과·몰타·가이아나·짐바브웨)등으로 분석되고 있어 공산측이 유리한 형편.
우리와 미·일등은 우선 결의안제출시기·내용등에 관해 지난 3일부터 이사국들을 상대로 막후협상에 전력했으나 일부 이사국들이 소련을 지칭해 규탄할 경우 지지하기 어렵다는 경고를 했다는것.
일부 제3세계국가들은 격추행위는 규탄돼도 괜찮지만 그 행위자를 지명해 규탄한다면 기권할수 밖에 없다는 태도를 표명하고 소련이 지칭되지 않을 경우에는 최소한 9개국의 지지표는 확보될수 있을것이라고 충고.
안보리에서 결의안은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하고 이번 결의안 같은 실질문제 표결에는 상임이사국 5개국이 모두 찬성해야한다. 따라서 9개국 이상이 찬성해도 소련이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킬게 분명하다. 다만 서방측은 이 표결에서 적어도 9개국 이상의 찬성을 못얻을 경우 앞으로 유엔총회와 ICAO특별이사회및 총회에 미칠 영향과 체면손상이 막심할것을 고려해 애초의 강경한 결의안초안을 후퇴할수밖에 없었다고 관계자는 설명.
이런 현실 때문에 결의안에는 서두의 『소련군용기에 의한 KAL기의 격추와 인명손실은 운운』하는 격추행위주체에 단한번 소련을 지칭했을뿐 소련에 대한 책임추궁·배상요구등은 물론 소련을 지칭한 규탄도 언급되지 믓했다.
그럼에도 서방측은 체면유지의 최소선인 9개국확보를 아직은 낙관하지 못하는 형편.
△미·영·불·화난·토고·자이레등 6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하고△소련·폴란드등 2개국이 반대하고△니카라과가 기권하거나 반대하고△중공·요르단·몰타·가이아나·파키스탄·짐바브웨등 6개국의 향배가 유동적이란 1차분석이다.
물론 중공과 파키스탄이 안보리에서 소련을 규탄한 사실로 짐작, 우리측에 동조할 가망성이 높다. 그래도 9표에 1표가 모자라는 숫자다.
때문에 정부는 10일 방한한 「후세인」요르단국왕에게 지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계획을 세워놓고있다.
○…정부가 여러대책을 세우면서 가장 곤혹스러워한건 소련의 만행을 응징할 현실적 카드가 우리에게 없다는 사실. 또 국교가 없다는것도 큰 애로사항이었다.
체육경기등 그나마의 제재방안도 검토는 됐으나 『코끼리에 벌이 날아가 쏘아봤자 가죽도 못 뚫는 격』이어서 허무할 정도.
국회에서는 대한해협봉쇄주장등이 강한 톤으로 제기되기도 했으나 『눈에는 눈』식의 보복방안은 고려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대소응징은 미·일등 우방들이 앞장서고 국제여론을 그쪽으로 몰고나가는 전력을 기울이는게 최선이라는 관계자의 하소연.
소련과 국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사고진상조사나 배상등의 문제도 미·일의 도움이 필요해 우방의 대응조치가 미흡해도 강력히 밀고가는데는 고충도 많다. <이수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