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e] 400만원에 영화 뚝딱 그것도 빼어난 작품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한 극단이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를 보여주며 연기와 예술의 본질을 묻는 '좋은 배우'는 9명의 스태프와 12명의 배우로 이루어진 초미니 영화다. 지난해 11월, 불과 15일 만에 시나리오를 쓰고 1, 2월 중 40여 일만에 촬영을 끝냈다. 부산영화제 초청이 확정된 뒤 후반 작업에 들어간 비용 100만원을 제외한 최초 제작비 300만원은 감독의 개인 돈 100만원에 스태프와 배우들이 '집단 아르바이트'로 번 200만원으로 충당했다. 촬영 방식도 메인인 '좋은 배우'와 함께 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토막 영화' 두 편을 동시에 찍는, 총 3편의 동시촬영 방식이었다.

400만원이라는 충격적 제작비가 가능했던 것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참여한 덕분. 감독은 "개런티는 없지만 함께 연기를 스터디하면서 배우로서 비전을 갖게 해주겠다"고 배우들을 불러모았다.

거기에 시나리오 단계부터 제작비를 고려한 감독 특유의 시나리오 작법도 한몫했다. "아무 생각 없이 시나리오를 쓴 다음 자르려고 하면 절대 자를 수 없다. 장소 섭외가 되고 배우가 캐스팅되면 거기에 맞춰서 시나리오를 썼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촬영 일정, 예산, 전략을 다 고려하는 식이었다"고 감독은 말했다.

15인승 봉고차를 빌려 직접 운전하고, 무대장치를 손수 만들며, 스태프 밥값을 계산하고, 때론 직접 밥을 짓는 주방 아줌마 역할까지 도맡은 감독의 '1인 다역'도 제작비 절감의 수훈 갑이다. 자신의 집을 촬영 장소로 제공하기도 한 감독은 극중 연출가 역으로 출연도 했다. '최소 인력과 인맥의 최다 활용' 원칙에 따라 연출 외적인 것을 일일이 챙기느라 체중이 무려 8kg이나 줄었다고.

"300만원에 영화를 만드는 일은 힘들기보다 흥미로운 일이었다"고 회고한 신 감독은 "100만원을 들인 무대장면에 여전히 아쉬움이 남지만 그 외 돈 때문에 포기한 장면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돈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쓸 수 있었고, 그럼에도 300만원으로 영화를 완성했다는 자신감이 그가 얻은 가장 큰 자산이란다.

돈이란 현실적인 굴레를 뛰어넘어 열정으로 맺어진 신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은 촬영을 마친 후에도 계속 스터디하는 자세로 다음 작품 구상에 들어갔다. 신 감독은 "개런티를 주지 못하는 대신 촬영 스케줄을 배우들의 개인 일정에 최대한 맞췄고, 배우들도 돈 이상의 것을 가져간다는 기분으로 기꺼이 응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돈으로 만들지만 좋은 영화는 돈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신 감독의 경제적 연출론은 잘 보여준다.

양성희 JES 기자 cooliekr@jesnews.co.kr

※ JES(중앙엔터테인먼트&스포츠)는 중앙일보 미디어네트워크 내 신문.방송.출판.인터넷에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관련 콘텐트를 공급하는 콘텐트 전문 법인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