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 894억 달러 사상 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한국 경제가 지난해 100조원에 육박하는 흑자를 냈다. 사상 최대 기록이다. 하지만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조짐이 엿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상수지가 894억2000만 달러(약 98조6000억원) 흑자였다고 2일 잠정 집계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2012년 508억 달러, 2013년 811억 달러로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상수지 통계는 외국과의 상품·서비스 교역, 배당·이자 거래 등을 모두 합쳐 흑자인지 적자인지 따져보는 ‘국가 가계부’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72억2000만 달러)까지 34개월째 흑자 행진 중이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1986년 6월부터 89년 7월까지 세웠던 38개월 연속 경상흑자 이래 최장 기록인데 저유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흑자 규모만 보면 80년대 ‘3저(저금리·저유가·저달러) 수출 호황’ 때를 넘어서지만 속사정은 한참 다르다. 소득이 늘지 않자 지출을 줄여 돈을 남기는 가계처럼 불황형 흑자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상품 수출은 0.5% 늘어나는 데 그쳤고 수입은 1.3% 오히려 줄었다.

조현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