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찍어내리기식 인사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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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큭큭’ 웃으며) 수산 자원, 네…아니, 전혀 모르는 건 아니고요.”(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칼럼 대필은) 제자들에게 글 쓰는 연습을 시킨 것이다.”(김명수 교육부총리 후보자)

 박근혜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답변이다. 방어에 나섰던 여당 청문위원들까지 답변을 듣고 비판에 나설 정도였다.

 ①일류를 뽑아라=이전 정권의 핵심 참모들은 “일류를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노무현 정권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지지층의 비판을 감수하고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진대제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킨 과학기술부 장관에는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오명 장관을 임명했다”고 예를 들었다. 진 전 장관은 정보기술(IT) 분야의 최고 전문가, 오 전 장관은 체신부 장관 시절 IT 기반을 마련한 인물로 꼽힌다. 당시 여당 내에서도 ‘정치적 명분’을 들어 반대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논리가 ‘일류가 필요하다’였다고 한다.

 ②뽑았으면 맡겨라=일류를 발탁한 뒤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부분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김재익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라면서 힘을 실어줘 경제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를 꼽는다.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도 마찬가지의 예다. 김영삼(YS) 정부 때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 전 수석은 “지금은 왜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회의를 보면 대통령이 지시하는 모습만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낸 이상휘 세명대 석좌교수는 “이번 정권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청와대의 찍어내리기식 인사”라며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목해도 참모들의 검증이나 비판할 통로가 없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비상식적 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③지시 말고 지원해야=이원종 전 수석은 “대통령은 지시 대신 뒷받침해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 혼자 생각하고 지시만 하면 수석과 장관은 왜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깨알 지시’는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의 역할을 축소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대통령은 훌륭한 참모들이 가진 역량을 지원해 자기 것으로 활용해야 국민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나만 옳고 국민은 모른다’거나 ‘정치인 전부 이해관계에 빠져 있다’는 식으로 지도와 계몽의 대상으로 봐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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