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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주말을] 덜 익어 사회로 나가는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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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 아이의 스무 살, 학교는 준비해주지 않는다
멜 레빈 지음, 이희건 옮김, 소소, 398쪽, 1만8000원

미국이나 한국이나 교육 문제에선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들 행복이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지만 막상 승객(자녀)을 태운 열차는 하염없이 달그락거린다. 열차는 학교, 즉 교육 체제다. 미국의 저명한 소아정신과 의사이자 한국에서도 제법 팔린 '아이의 뇌를 읽으면 아이의 미래가 열린다'를 쓴 저자는 학교와 직장의 채울 수 없는 간극을 주목한다. 똑똑하든 멍청하든, 잘살든 못살든, 조건.배경과 관계없이 직장이란 정글에 적응하지 못하는 낙오자, 이른바 성적표만 화려한 '덜 익은' 아이들만 양산하는 학교의 모순을 읽고, 그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다.

최근 '캥거루족'이 회자됐다. 성인이 돼서도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어른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책에는 숱한 캥거루족-저자는 그런 용어를 쓰지 않았다-이 등장한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맞아, 우리 아이가 그렇지"하며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례가 줄줄이 이어진다. 굳이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열등생이란 유행어를 인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저자는 멋들어진 스포츠.연예계 스타를 숭배하고, 영상만 현란한 게임에 열광하고, 짧디 짧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문장'으로 여기는 디지털 문화의 부작용을 들춰낸다. 그리고 아이들 모두가 타고난 소질을 살리며 동시에 '준비된 직업인'이 될 수 있는 실전 매뉴얼을 내놓는다. '쿨한 척하지 마라''팔방미인에서 벗어나라' 등등. 자녀, 혹은 학생들이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나 교사라면 적잖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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