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연예인 패션 브랜드 홈쇼핑서 대박 행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홈쇼핑에서 유명 연예인은 쇼핑 호스트의 '판매 보조원'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자신의 이름을 달고 만든 제품을 들고 나와 직접 판매에 나서는 '사장님'으로 변신하는 유명 연예인이 늘고 있는 것.

변정수의 '엘라호야', 이혜영의'미싱 도로시', 황신혜의'엘리프리'등이 대표적인 홈쇼핑 연예인 패션 브랜드다. 지난달 3일 현대홈쇼핑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엘라호야는 110분간 모든 아이템이 매진되면서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지난해 3월부터 CJ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 미싱 도로시는 2004년 매출액이 100억원에 달했고, 올 상반기에만 이미 60억원을 넘어서 올 매출은 16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예인 홈쇼핑 브랜드의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기획 단계부터 개입=엘라호야의 경우 변정수는 패션테인먼트(대표 송상훤)라는 회사의 사외이사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매주 한 번 디자이너 3명과 함께 기획회의를 하게 되는데 변씨는 그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의상의 대략적인 아웃 라인을 스케치로 그려주면 디자이너들이 시제품을 제작한다.

시제품 제작 과정에서도 변씨는 원단을 고르는 등 주요 역할을 한다. 이후 시제품의 평가와 옷을 맞춰보는 작업인 피팅에까지 변씨가 참여한다. 송상훤 대표는 "거의 100% 변정수씨의 입김이 반영된다. 사실 지금 상황으론 변씨가 드라마나 방송 활동에 나서게 되면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할 정도로 변씨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미싱 도로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작사인 스타캐슬의 강하라 팀장은 "이혜영씨는 바느질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생산되는 디자인의 90%는 이혜영씨 본인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제품은 이씨가 자비를 들여 만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물론 생산은 국내나 중국에 있는 협력 업체 몫이다.

#20대로 수요층 확대=연예인 브랜드는 지금까지 실속 있는 제품을 주로 팔던 홈쇼핑 의류 시장을 패션상품 쪽으로 이동시켰다. 재킷이면 재킷, 스커트면 스커트 등 단품 위주로 내놓으면서 한 벌에 얼마, 한 벌을 사면 바지 하나 공짜 등으로 대변되던 판매 패턴을 변화시킨 것이다. 또 30대 중반 이상이 이끌던 홈쇼핑 패션 시장에서 연예인 브랜드의 등장은 수요층을 20대 중반까지 끌어내리는데도 성공했다.

속옷 브랜드인 황신혜의 엘리프리의 경우 기존의 기능성 속옷 위주의 홈쇼핑 시장에서 로맨틱하면서 섹시한 스타일을 강조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제작사인 IBW의 조철현 대리는 "황신혜씨가 운동을 워낙 좋아해 주로 스포티한 디자인을 많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엘라호야나 미싱 도로시도 마찬가지다. 해외로 나갈 기회가 많은 연예인의 특성상 패션 선진국의 디자인을 잘 반영하고 있다. 엘라호야의 경우 기존 홈쇼핑에서 보기 힘들었던 보헤미안 스타일을 내놓아 호평을 얻었다.

#"이미지를 팝니다"=변정수나 이혜영.황신혜 등 연예인 브랜드를 만든 장본인들은 이미 유명한 패션리더들이다. 섞어입기(믹스매치)의 달인이라는 변정수의 엘라호야는 역시 믹스매치에 알맞은 패션 아이템을 주로 내놓고 있다.

황신혜의 경우엔 보다 조직적이다. 엘리프리 속옷 브랜드 론칭은 황신혜의 화보.영상물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됐다. 40대라는 나이가 무색한 몸매를 내세운 화보 등을 통한 이미지와 속옷의 이미지를 잘 연결한 것이다. IBW 조 대리는 "사실 속옷의 품질은 대동소이하다. 다만 황신혜의 건강미가 바로 상품에 투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싱 도로시는 패션 리더들을 잡기 위해 아이템당 1000점 정도만 생산하고 방송 횟수도 두 번을 넘지 않는다.

연예인 브랜드를 주로 선보이는 현대홈쇼핑 김주환 과장은 "홈쇼핑은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시청률이 높아야 판매도 좋다. 아무래도 연예인 브랜드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홈쇼핑 업체가 연예인 패션 브랜드 판매에 적극 나서는 이유가 바로 시청률 높이기라는 말이다.

조도연 기자<lumier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홈쇼핑에서 옷 살 때 이런 건 주의!

모델이 입었을 땐 멋지게 보였는데… 
색상·소재도 화면과 다르잖아

홈쇼핑에서 연예인 패션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방송에서 모델이 입고 나오는 스타일만 보고 구매했다간 낭패를 보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전체 판매 상품의 '취소 및 반품률'은 약 30% 정도다. 연예인 패션 브랜드는 이보다 약간 높은 33%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 의류 상품의 '취소 및 반품률'이 38%니 일반 의류보다는 만족도가 높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취소와 반품이 일반 상품보다 많은 것은 색상.소재.사이즈 등이 방송 내용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있다는 말이다.

CJ홈쇼핑 관계자는 "연예인 브랜드를 구매할 경우엔 방송에 나오는 모델을 보지 말고, 방송 중인 아이템이 자신이 평소 입는 스타일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비자가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도 "홈쇼핑 의류는 직접 입어보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라며 " 여성 소비자의 경우 본인의 사이즈에 관대해 작은 사이즈를 주문하기 쉽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연예인 브랜드는 일반 의류보다 소비자에게 더 큰 환상을 주는 만큼 구매 후 사이즈나 색상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