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밀러 의약품' 들고 유럽 시장 문여는 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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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새 시장을 향한 발걸음을 한발 더 뗐다. 개화 단계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다. 출발은 늦었지만 걸음은 빨랐다.

유럽 의약국(EMA)은 21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판매허가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엔브렐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지난해 전세계에서 9조5000억원어치가 팔렸다. 원조 약품의 성분에 대한 특허는 다음달 끝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약을 본 딴 제품(SB4)을 만들었고, 10개국 임상을 거쳐 EMA에 판매허가 신청을 했다. EMA는 신청 서류에 대한 검토를 최근 끝냈다. 일종의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한 셈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우리 목표는 더 많은 환자에게 약을 적시에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라며 “SB4의 판매허가 신청은 이런 목표를 실현하는 데 한걸음 더 다가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 규모는 화학합성 의약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졌다. 시장 규모는 1400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10개 중 7개가 바이오의약품일 정도다. 엔브렐은 판매액 2위 제품이다. 덩달아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커지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는 연 평균 60%씩 고성장을 해 2019년 24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될 전망이다.

 불씨에 기름도 부어졌다. 엔브렐을 비롯한 주요 바이오 의약품의 유럽 특허는 지난해부터 만료되기 시작했다. 시밀러가 들어갈 자리가 생겼다는 의미다. 시밀러에 대해 보수적인 미국도 최근 시밀러에 대한 첫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이런 흐름에 늦게 올라탔다. 생상 공장 격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4월, 개발 회사 격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2월 설립됐다. 그러나 추격은 빨랐다. 삼성의 생산설비는 2016년이면 18만L로 늘어난다. 세계 3위 규모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임상1상과 임상3상을 동시 진행하는 속도전도 벌였다. 이에 따라 삼성의 파이프라인에서 출격을 대기 중인 상품은 엔브렐을 포함해 5개에 이른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유방암 치료제, 당뇨 치료제 등이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제약 시장 영향력이 큰 머크를 마케팅 파트너로 잡았다는 점도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선 삼성 외에 셀트리온·LG생명과학·동아쏘시오홀딩스·대웅제약 등 국내 기업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의 성분 특허(유럽 기준)는 2월 만료되지만, 제형 특허는 2023년까지다.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이라도 하루에 세번 먹어야 하는 약과 한 달에 한 번만 먹어도 되는 약은 시장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엔브렐은 애초 1주일에 2회 맞는 주사제였지만, 지금은 1주일 1회만 맞는 제품까지 나왔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펜 형태의 제품도 있고, 냉장고가 아닌 상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항해 원조 의약품 업체가 약의 성능을 더 높이는 ‘바이오 베터’와 싸움도 쉽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얼마나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알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가 성장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굴곡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훈 기자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끝난 원조 바이오 의약품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만든 의약품. 화학 합성 의약품을 복제한 것은 제네릭이라고 부른다. 바이오 의약품은 단백질처럼 생물체에서 나온 성분을 재료로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난치성 질환에 많이 쓰기 때문에 시장 규모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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