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도 IS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터키와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지난 10일 발생한 한국인 김모(18)군 실종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가 오늘 발표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해 볼 때 김군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군이 사용했던 컴퓨터에서 IS 참여 방법을 문의하는 트위터가 발견됐고, 기록이 남지 않는 비밀 메신저인 슈어스폿을 이용해 현지인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터키에서 시리아로 들어가는 국경도시 킬리스에 있는 호텔을 나와 현지인과 함께 승합차 택시를 타는 장면과 국경의 시리아인 난민촌에 내리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IS에 가담하는 외국인들이 SNS를 통해 접촉하는 방식과 일치하고,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이동하는 루트도 똑같다.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일 김군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에 들어간 게 사실이라면 이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과격 무장테러집단인 IS의 포섭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IS는 SNS나 인터넷을 이용해 각국의 소외된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대화나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IS를 선전하면서 월 1000달러의 급여를 제시하는 등 금전적 미끼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IS에 가담한 젊은이들만 82개국, 1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일본과 중국, 동남아 국가 등 10여 개국에서 참여자가 나왔다.

 김군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주로 집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고 한다. 현 단계에서 섣불리 단정할 순 없지만 소외감과 상실감 때문에 김군이 IS에 가담한 게 맞는다면 제2, 제3의 김군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학업 부담과 경제난, 가정불화 등으로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IS는 무고한 인질의 참수(斬首)까지 서슴지 않는 반인륜적 테러단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IS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가정과 학교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