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그룹 만들어 '치국 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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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치국(治國)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관영 신화사가 발행하는 시사지 '요망(瞭望)' 최신호(10월 3일자)에 따르면 후 주석은 2002년 11월 당 총서기 취임 직후 스터디 그룹을 결성, 지금까지 모두 24차례의 학습 모임을 열었다. 이 모임엔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권력 서열 24위까지의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참석한다. 이들은 '경세제민(經世濟民)'에 필요한 주제를 그때그때 정해 해당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자를 초빙, 강의를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형식으로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공부한 내용이 정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보통 학습 후 자유 토론으로 지도부의 의견을 정리, 이를 구체적인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후 주석은 2002년 12월 첫 스터디 모임의 주제를 '헌법'으로 정했고, 그 결과는 이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격)에서 헌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창궐한 2003년 4월엔 '현대 과학기술 발전 추세와 중국 과학'을 주제로 다루며 사스 퇴치 과정에서 나타난 중국 과학기술 수준을 점검했다.

2003년 11월엔 '15세기 이래 강대국의 발전 역사'를 공부했다. 근대 강대국들의 흥망성쇠 원인과 배경을 연구해 중국이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참고로 삼기 위해서였다. 고구려사 문제로 한국과 마찰을 빚었던 2004년 10월엔 '중국 민족 계통사의 일부 문제'를 주제로 택해 분쟁에 대비하기도 했다. 개혁 개방이 몰고 온 빈부와 지역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한 '조화로운 사회 건설' 이론도 2월 초 스터디 모임을 통해 다듬어진 것이다.

후 주석 등 중국 제4세대 지도부가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혁명간부로 구성됐던 1, 2세대와 달리 이념성보다 전문성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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