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의 소설『시간여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달의 소설중에는 조세희씨의『시간여행』(현대문학), 김원우씨의『망가진 동체』(문학사상), 서영은씨의『먼그대』(한국문학), 박완서씨의『아저씨의 동부』(현대문학) 등이 평론가들에 의해 주목받았다.
조세희씨의『시간여행』은 중산층이 된 중년부부와 이들의 딸 두 세대를 통해 세대간의 대화와 갈등 이해를 그리고 있다.
한국 최근세사의 격동 속에서 희생되면서 갖가지 고통을 맛본 세대인 중년부부는 그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고통이 그들의 딸에게도 주어짐을 보고 놀란다.
40대 말의 중년부부는 중산층의 행복을 찾으려한다. 좋은 옷과 좋은 음식을 추구하면서 오늘은 그들에게 상처를 준 과거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애써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역사가 준 불행을 잊으려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딸 (다음 세대)에 의해 되살려 질때 그들은 그같은 고통이 지금에 와서도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절감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역사의 집이 그대로 축적되어서 그들 딸의 어깨 위에 놓여있음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당했고 또 스스로 만들기도 했던 잘못이 다음세대에 의해 밝혀질 때 그들은 딸에게『다만 행복하도록 애 써라』하고 말할 수만은 없음을 느끼고 딸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은 환상과 생략, 작가가 의도적으로 활자를 거꾸로 놓이도록 하는 등의 강조로 독특한 소설형태를 보이고 있다. 현대문학에 3회 연재되었다.
김원우씨의『망가진 동체』는 돈도 벌고 정치도 해본 한 기업인의 죽음을 앞둔 이야기를 썼는데 기업인을 비꼬지도, 두둔하지도 않으면서 객관적으로 보려하였다. 사회적인 문제점이 뚜렷이 제시되지 않고 감추어졌다.
서영은씨의『먼 그대』는 이기적인 한 남자와의 관계로 고통받고 아기까지 빼앗긴 여인이 고통의 내면적 극복을 통해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절실함을 보인 작품.
박완서씨의『아저씨의 동장』은 특이한 소재다. 6 25때 이북에서 내려오면서 아들은 두고 장조카를 데리고 내려온 사람의 죽음을 통해 인륜이 지켜지지 않도록 요구된 6·25의 상처가 되새겨진다.<도움말 주신분〓김윤식·권영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