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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임대주택, 빛 좋은 개살구?

조인스랜드

입력

[안장원기자]

래미안
힐스테이트’ ‘푸르지오등 내로라 하는
브랜드를 단 아파트. 중개·이사·식사·세탁·육아와 같은 종합서비스가 제공된다. 육아시설 등 입주민 특성에 따른 특화시설도 들어선다.
물론
이용료가 공짜는 아닐 것이다. 이런 집에서 전셋값 급등이나 2년마다 이사 걱정 없이 임대로 살 수 있다면 어떨까.근사해서 그림 같은 얘기로도 들린다.

정부의 이번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은 기존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이 바뀐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하려던 기존 방침을 어느 정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군침을 흘릴 만한 고급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데 중산층이 굳이 집을 사려고 하겠는가.

이번 정책의 배경에 힘이 빠진 전세의 매매 전환 정책이 느껴진다.수중 깊은 곳에서 이처럼 정책 흐름이 바뀌고 있다면 집값 상승 전망이 당초 정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거래량은 많이 늘었지만 집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지난해 말부터는 집값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정부는 거래 증가와 집값 상승을 통해 중산층의 주거문제인 전세난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집값이 오르니 집을 사라.고가 전셋집에 대한 지원을 줄이며 전세 세입자들을 매매시장으로 유도했다.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정책에서 한발 물러나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려면 집값이 어느 정도 올라줘야 한다.시세차익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은 전세 세입자들이 적극 집을
살 만한 유인이 되지 못했다.

전세난이 잡힐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올해도 전세난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전세난은 사회·정치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임대주택 공급에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다. 민간임대사업자들의
매입임대주택이 별로 늘지 않았다. 이들 역시 집값 상승에 자신이 있어야 시세 차익과 임대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게 된다.

공공택지 공급 축소 등으로 공공이 공급할 임대주택 수도 크게 늘리기 어렵다.

결국 중산층의 심각한 문제인 전세난을 덜어주고 임대주택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목적에서 기업에 손을 내민 게
이번 기업형임대주택 정책인 셈이다. 정부가 주판알을 튕긴 결과로는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주면
5%의 수익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면
업체에 솔깃한 수치다.

선진국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임대주택 공급 현실에서 공급량을 늘리는 데 민간기업형은 올바른
방향이다. 개인 임대사업자의 공급량은 한계가 있다. 여기엔
임대기간 보장 등의 문제도 있다. 부채에 허덕이는 공기업이 임대주택을 마구 지을 수도 없다.

방향은 옳지만 현실적인 실효성에서는 우려가 뒤따르는 게 사실이다.현재 임대로 살고 있는 중산층 중 상당수가 정부 정책 발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괜찮은 정책 같은데 나 같으면 들어갈까?’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인데 기업은 이윤을 좇는다.특혜에 가까운 온갖 정부의 지원에도 수요가 많지 않다면 5% 수익률은 실현되기
어렵다.

지금은 집값 상승률이 높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 기대감은 현실적이든, 잠재적이든 남아 있다. 2000년대 초중반에 대한 기억이 많이
지워졌어도 아직 살아있다.

민간 매입임대와 공공 임대주택 공급 한계

매월 80만원의 같은 금액 부담을 안고 집을 살까, 월세로 살까. 집값이 오르면 집을 사는 게 남는 장사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주택수요가 적지 않다. 주택구입에 따른 원리금은 주택 마련의 투자비용으로 간주된다. 그냥
없어지는 돈이 아니다. 하지만 월세는 돌아오지 않는다.

매달 80만원은 중산층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창 자녀를 키워야 할 때 특히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은데 80만원
월세를 내려면 사교육비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중산층 전세수요는 출퇴근 여건, 교육 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런 수요를 충족할 위치에 기업형 임대주택을 지을 땅이 별로 없다. 시내에선 소규모이거나 도심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조성 중인 보금자리주택지구 정도의 외곽지역 정도의
주택이 될 것 같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시설이
좋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필요하고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상관 없이 임대를 원하는
수요를 위한 다양한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이번 정책이 과거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떠들썩하게 태산만 울려 놓고 생쥐만 나와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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