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 외교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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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0월 한 달 동안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대규모 ‘중국 문화절’ 행사를 펼친다. 사진은 7일로 예정된 중국 국립발레단의 ‘붉은 등을 올려라’의 한 장면이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중국이 1일 미국 워싱턴의 케네디센터에서 '중국 문화절' 행사를 선포했다.

미국에 중국 문화를 본격적으로 심기 위한 것이다. 중국 예술단이 케네디센터 무대에 선 것은 1973년 선양(瀋陽)기예단이 처음이다. 30일까지 한 달간 치러지는 이번 행사는 지금껏 중국의 해외 문화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 "미국에 중국 문화를 심는다"= 중국 문화절 행사의 목적은 미국에 중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900여 명의 예술인과 30가지의 공연, 다양한 예술품 등이 동원된다.

쑨자정(孫家正) 중국 문화부 장관이 직접 문화 강연도 한다. 베이징 문화 주간 행사에는 경극(京劇), 전통 개인극 등을 중앙 발레단 등 중국의 13개 예술단체가 차례로 선보인다. 시안(西安) 병마용(兵馬俑) 유물 일부도 이번에 전시된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1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중국 문화절 행사를 통해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해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도 "(이번 행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이 커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인민일보는 "이번 문화절 행사는 두 나라 관계자가 3년간 기획한 것"이라며 "중국 각지 700여 명의 문화예술단을 비롯해 재미 중국 예술단, 화교 예술가 등 모두 900여 명이 참가한다"고 전했다. 40만 명의 미국인이 공연을 관람하고 100만 명의 시청자가 이 행사를 보도록 한다는 게 중국의 목표다.

◆ 꾸준히 이어지는 문화 외교=2003년 9월 파리에서 열린 '중국 문화의 해' 행사는 대성공이었다. 미국의 단일 패권에 맞서 다극주의를 제창하는 프랑스와 중국의 연대를 과시한 행사이기도 했다.

중국은 그해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를 중국 문화의 해로 선포하고 300건의 문화 예술 공연을 프랑스 각지에서 선보였다.

2003년 8월에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주일간 '중국 문화 주간'을 열기도 했다. 당시 곡예단과 전통 민속 음악단 등 300여 명의 문화계 인사가 러시아를 방문했다.

◆ 문화는 효과적인 외교 수단=중국이 프랑스와 러시아에 이어 미국을 선택한 것은 이들 국가가 전략적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런 행사를 통해 평화를 사랑하고 역사와 전통이 깊은 나라라는 인상을 상대국에 심겠다는 의도다.

문화를 통한 중국 알리기는 후 주석의 외교 정책과도 이미지가 맞는다. 문화 외교로 이미 프랑스와는 우호 관계를 단단하게 다져놨다. 중국이 문화의 힘으로 미국인의 마음도 열 수 있을까. 중국 정부는 "문화는 가장 효율적인 외교 수단"이라며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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