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보존하면서 신축 금지하는 건 모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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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옥을 외면하는 오늘의 주택현실은 『자기전통을 스스로 부숴버리는 민족은 한국민밖에 없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서울시의 주택정책만해도 한옥의 신축을 금지하면서 한옥동네는 「미관지구」로 지정,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보존에만 급급한 이 같은 이율배반의 한옥정책은 전통의 전승, 발전과는 거리가 먼 희극이다.
한옥을 구시대적인 불편한 주거양식으로 단정해버리는 국민의식도 시급히 바로 잡아져야한다.
한옥의 전통을「조선기와」「나무기둥」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이다. 한옥이라는 한국에만 있는 전통건축의 정신적 에너지와 지혜를 찾아내야 한다.
한옥건축에 깃들어 있는 정신만 살린다면 자재는 목재를 쓰든 시멘트를 쓰든 문제될게 없다.
한옥은 방의 크기를 정하는데도 철학이 있다. 4방15자의 방을 꾸민 고려건축의 15자라는 수는 우천수인 5애 천·지·인을 3 곱한 숫자다.
한옥은 방의 크기에도 자연과 인간의 만남, 가족의 이상등과 같은 깊은 철학을 간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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