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73억원 '킹캉' 온다, 들뜬 피츠버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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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강정호(28·넥센·사진)의 메이저리그(MLB) 진출이 임박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한국 프로야구 야수 최초로 MLB에 ‘수출’되는 것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3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강정호와 4년 총액 1600만 달러(약 173억원) 계약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하루 앞서 MLB 공식 홈페이지는 ‘강정호와 피츠버그가 인센티브를 포함한 4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센티브와 5년째 옵션 등 세부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계약 마감시한(21일)을 넉넉히 남겨두고 긍정적인 소식이 들렸다. 지난달 피츠버그는 강정호와 단독 협상권을 얻기 위해 최고 응찰액 500만2015달러(약 54억원)를 적어낸 뒤 협상을 진행해 왔다.

 피츠버그 팬들은 벌써 강정호를 반기고 있다. 팬들은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은 강정호의 합성 이미지를 만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강정호와 킹콩(kingkong)을 합친 킹캉(kingkang)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강정호는 16일 신체검사를 위해 14일 출국한다.

 강정호의 예상 연봉 400만 달러는 기대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포스팅 비용(이적료)과 계약 총액을 합한 2100만 달러(약 227억원)는 지난 2000년 시애틀과 계약한 스즈키 이치로(42·일본)의 2712만5000달러에 이어 MLB에 진출한 아시아 야수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투수까지 범위를 넓혀도 8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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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의 상징인 하이마크 빌딩에 오르는 ‘킹캉(kingkang·킹콩+강정호)’ 합성 이미지. 피츠버그 팬들이 만들었다. [피츠버그 팬 트위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피츠버그는 하위권을 전전하는 ‘스몰 마켓’ 구단이었다. 2008년 닐 헌팅턴(45) 단장이 부임한 뒤 ‘저비용 고효율’ 선수를 키워냈고, 2013년에는 2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도 와일드카드를 따냈을 만큼 팀 전력이 안정적이다.

 때문에 피츠버그가 강정호에 대한 단독 협상권을 따냈을 때 의문이 일었다. 지난해 피츠버그 연봉 총액은 7800만 달러(약 845억원)로 MLB 30개 구단 중 네 번째로 적었다. 피츠버그가 최고액으로 응찰한 건 실제로 계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라이벌 팀의 전력 보강을 막기 위해서라는 의혹도 있었다. 피츠버그 주전 내야수들의 입지가 확고한 것도 꺼림칙했다. 강정호가 입단하더라도 백업요원에 그칠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강정호가 연봉 400만 달러를 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400만 달러는 피츠버그 구단 내에서 7~8번째 고연봉에 해당한다. 피츠버그는 투자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강정호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줄 것이다.

 강정호 다음달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보낸다면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29)를 제칠 가능성이 크다. 타격만큼은 강정호가 머서를 이길 수 있다. 2루수 경쟁을 해도 승산이 있다. 23홈런을 기록한 주전 2루수 닐 워커(30)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까지 2년밖에 남지 않아 피츠버그가 트레이드 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MLB는 강정호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MLB 강속구 투수들을 이겨낼 수 있을지, 다른 아시아 내야수과 달리 안정된 수비를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고, 계획에 따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순조롭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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