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증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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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추석 이후 적립식 펀드에 시중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전국 8000개 은행.증권사 지점에서 적립식 펀드를 팔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추석 직후인 9월 20~23일에 약 6만5000계좌가 신규로 가입됐다고 29일 밝혔다. 평소엔 매주 2만~3만여 계좌가 늘어나지만 추석 직후 폭발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말 100만여 계좌에 불과하던 자산운용사의 전체 계좌수도 조만간 400만 개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주식형 상품(수익증권+뮤추얼펀드)의 순증액은 1조9589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식형 상품으로는 신규 자금 유입 강도를 볼 때 뭉칫돈 유입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서고 '8.31 부동산종합대책'의 파장이 본격화하면서 금융시장에서 자금 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면서 이곳을 기웃거리던 단기자금이 대거 주식시장과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시중금리가 급등(채권 가격은 하락)하면서 단기 채권형 상품에서는 7월 이후 매달 3조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2001년 이후 나타난 저금리 기조가 최근 상승세로 바뀌면서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기 180일짜리 단기 채권형 상품의 수익률은 지난해 말 연 5.26%에서 26일 2.94%로 낮아졌다.

이 여파로 상당 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는 단기 부동자금인 MMF에서는 이달 들어 23일 만에 7조4746억원이 이탈했다. 만기가 6개월 미만인 시중 부동자금은 지난달 말 현재 439조원으로 한은은 이 중 상당 부분이 최근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행 정희식 통화금융팀장은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부동산과 단기금융상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밀려드는 주식시장=주가가 줄기차게 오르자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9월 들어 7000억원가량 불어나 잔액이 11조9000억원에 이르며 주식형 펀드 잔액은 17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1~8월 중 정기예금이 2조원이나 이탈해 고객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이 시동을 건 4.5%짜리 1년 만기 정기예금 특판이 전 은행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며, 저축은행도 특판 상품 경쟁에 가세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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