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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썰전] 신학기제 개편 논의할 때다

중앙일보

입력

김성기
협성대 교수

신학기제 개편 논의할 때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 ‘2015 경제정책방향’에 ‘9월 신학기제 도입 등 학제개편’을 검토과제로 제시했다. 이 같은 학제개편에 대해서는 1997년 교육개혁위원회에서도 제안했지만 추진되지 못했고, 2006년과 2007년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연구했지만 사회적, 제도적, 교육적 비용과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중장기 검토 과제로 결론지었던 사안이다. 그런데 정부가 다시 구체적으로 ‘9월 신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신학기제 개편에 대해 나 몰라라 할 일이 아니다. 신학기제 개편은 학제개편의 일부분으로서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신학기제를 변경할 경우 모든 학교급의 입학연도가 변경되고 그에 따라 교원수급과 학생선발, 교육과정, 심지어 취업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9월 신학기제 도입에 대해 섣불리 찬성하거나 반대하기보다는 먼저 이러한 논의가 왜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고 앞으로 학기제 개편 논의를 함에 있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따져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교육체제의 국제적 호환성 때문에 신학기제 개편이 필요하다. 4월에 신학기가 시작되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가 9월 신학기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 유학을 가거나 외국인이 유학을 오는 경우에 6개월간의 공백이 생긴다. 이러한 학기제의 차이는 국내외 인적 자원 교류를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유입되는 대학 유학생수는 2004년도에 1만6000명 정도에서 2014년에는 8만6000명 정도로 최근 10년 사이 약 5.4배 증가했고, 주로 중국·일본 등의 아시아 국가 유학생이 많다. 유학생과 교수 등의 유입을 촉진하고 다변화할 필요가 있으며, 국내의 인적 자원들도 활발히 교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초·중등학교와 대학에서의 학기제가 대다수의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9월 학기제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학기제 개편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학사일정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수능시험 이후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2월에 봄방학을 실시하는 등 학사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9월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야외활동이 가능한 여름에 방학을 길게 해 학교 밖 체험활동을 강화함으로써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도 기후변화로 겨울의 난방비보다는 여름의 냉방비가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다. 9월 신학기제 도입 시 여름방학을 길게, 겨울방학을 짧게 설정해 학사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학생들의 체험활동도 장려할 수 있다.

 9월 신학기제로의 개편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학생들의 신체적·정서적 발달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은 과거의 중학교 1학년생과 같다고 할 정도로 학생들의 성숙이 빨라졌다. 취학연령이 6개월 당겨지면 조기 입직이 가능해 생산인구 감소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서구 사회에 비해 한국 사회의 입직 연령(27세)이 3~4년 정도 늦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취학연령의 조정은 유아들의 발달 정도 및 학습의 적기성 등을 고려하고, 취학기 학부모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생산인구 증감 효과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필요하다.

 저출산 기조는 어떤 측면에서는 학기제 개편의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 9월 학기제 도입 시 가장 염려되는 것은 단연 제도 도입기의 학생수가 증가해 교육여건이 열악해질 수 있고, 진학과 취업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9월 학기제 도입의 논의가 시작되었던 95년의 취학생수가 연간 약 65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2010년 이후 취학생 수는 연간 45만 명 정도로 학생수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다. 이제는 도입기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성기 협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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