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한국군 백만 모집 ...총을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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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휴전회담이 시작된 시기를 전후해서 미국은 유엔군의 병력증강을 위해 16개 참전국은 물론 라틴아메리카의 여러나라에도 파병요청을 했다.
이 관계 문서들은 구체적으로 왜 이시기에 병력증강이 필요한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국무성문서들은 어느 정도의 증강이 필요한지 병력규모는 표시하지 않고 단순히 『명목상의 증강이 아닌 상당수의 증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4월26일자 미 국무장관이 국방장관에게 보낸 한 극비문서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현 파병규모를 2배로 늘려달라는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영국군의 말라야사태 개입과 근동에 대한 예비병력 유지 때문에 영연방군의 한국증파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하고있다.
그래서 국무성은 브라질·폐루·우루과이·칠레·멕시코·볼리비아 등에 파병을 교섭중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그처럼 병력증강이 절실하면서도 미 국무성은 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부터는 병력을 더 이상 빼서는 안 된다는 점과 한국군의 증강은 적당치 않다는 2가지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나토군을 추가파병에서 제외한 것은 한국전에 서방군이 묶여있는 동안 소련이 유럽쪽에서 도발을 할 것을 경계한 둣하고 한국군의 증강문제는 한국측 능력을 과소 평가한 데서 거절이유를 찾고 있다.
한국측은 연초부터 1백만명의 신병을 모집할 수 있으니 총을 달라는 메시지를 기회있을 때마다 미국측에 전했다.
3월 22일 한국 외무장관이 김새순참사관 및 한표욱 1둥 서기관을 대동하고 국무성을 찾아가 면담한 내용을 보면 미국측은 이와 같은 요구를 탐탁히 생각하고 있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러스크」차관보는 이 자리에서『한국군의 대규모 증강과 관련해서 아직도 해결하지 않고 있는 문제는 훈련된 장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대대장급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외무장관은 증강병력을 무장시킬 총을 조속히 공급해 달라고 거듭 요구한 후 한국이 군대를 증강하고자하는 정치적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이 군사력을 증강시키려는 소망은 일본에 대한 불신감에서 연유되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평화적으로 행동하고 있지만 일본이 재무장하면 역사적으로 여러번 나타난 일본군국주의 경합이 다시 나타날 것을 우리는 경계한다.
그래서 한국은 적어도 일본의 재무장과 비슷한 수준의 군사력을 갖추어 서로의 세력균형을 이루고, 필요하면 공동으로 공산주의에 대항하려한다.
그러나 이 문서에는 「러스크」가 이에 대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술돼 있다.
「무초」 주한미국대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무성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있다. 「무초」 대사는 5윌6일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변영태 외무장관이 곧 워싱턴을 방문하는데 아마 그는 또 한국군 증강병력을 위한 무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하면서 그런 요구를 하거든 자기가 5월4일 이승만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의 내용과 일치하는 답변을 하라고 건의하고있다.
이 편지는 『유능한 지휘관이 확보되고 지휘관들의 능력이 입증될 때까지는 증강병력에 대한 무장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 이미 무장하고 있는 병력이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상당량의 무기를 방기하고 있는 이 때에 무기를 더 주는 것은 부족한 장비의 범죄적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무례한 언사를 쓰고있다.
이와 같은 미국 측 불만은 5월26일「무초」 대사가 부산에서 국무장관에게 타전한 극비전문에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 전문은 다음과 같이 불평하고 있다.
『지난주 3군단 전체의 패퇴는 신문에 보도된 것 보다 더 심했다. 개개한국군인은 훌륭하지만 각급 장교수준에서는 리더십이 약하다. 훈련된 하급장교는 대부분 작년 7월과 8월 사이에 상실되었으며 이들에 대한 충원이 아직 안되고 있는 형편이다. 유능한 지휘관이 없으면 남을 의심하는한국인의 특성이 작용해서 한두명만 달아나기 시작해도 모두 도망해버린다.
군대는 피로해 있는 데다 강제징집방법과 애국심 및 이념적 확신이 부족한 것도 문제.
그는 이어 군기를 잡는 문제에 있어 한국군은 일본식을 채 벗어나지 못한 채 미국식도 제대로 익숙하지 못한 어중간한 상태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군인들이 관대한 처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야만적인 처분을 해야 알아듣기 때문에 야만적으로 다루어야 결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와 같은 설명아래 『이것은 문제의 묘사일 뿐』이라고 주석을 달고있다. 그런 기강확립방법을 대사인 그가 지지한다는 뜻이 아님을 은근히 암시한 것이다.
그와 같은 불평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군을 조속히 증강해야 된다는 필요성이 여러번 강조되고있다.
4월5일자 국방장관에게 보낸 합참의 한 보고서는『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안에 믿을만한 한국군부대를 육성해서 유엔군의 주임무를 떠 맡도록 해야된다』고 건의하고있다.
5월17일자 국가안보회의 (NSC)각서는 한국군 육성문제를 다음과 같이 더욱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을 계속하고 앞으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한국군의 육성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될 것이다. 특히 유능한 장교를 훈련시키는 문제에 주력해야 된다. 군사력육성의 필수조건은 휴전선이남지역에 대한 한국정부의 권능을 회복하는 일이다. 미국과 유엔군이 철수한 다음에도 한국군에 대한 공중 및 해상지원은 계속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만 해도 휴전협상이 앞으로 2년 이상 계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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