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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수천 명 사이버게임 동원 1000억대 '아이템' 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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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인터넷 게임 아이템이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가운데 값싼 중국 노동력을 이용해 게임 아이템 1000억원어치를 만들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게임 아이템은 인터넷 게임에서 등장인물이 사용하는 무기 등의 장비와 사이버 머니(게임에서 쓸 수 있는 돈) 등을 일컫는 것으로 게임 하면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면 생성되거나 사이버머니로 구입할 수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7일 2003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인 수천 명을 국내 L게임 사이트에 접속하게 해 대량으로 아이템을 만든 뒤 국내 네티즌에게 1000억원어치를 팔고 이 중 605억원을 중국으로 유출한 일당 50명을 적발, 명모(54)씨 등 9명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들 중 중국에 체류 중인 임모(36)씨 등 한국인 7명을 수배하고, 신원이 확인된 중국인 10명은 인터폴에 통보했다.

◆ 중국인 동원해 '사이버 제품' 대량 생산=경찰에 따르면 명씨 등은 국내에서 게임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운영하면서 L게임의 아이템이 활발히 거래되는 점을 이용, 값싼 중국 인력으로 대량생산을 시도했다.

중국 지린(吉林)성 등에서 한국과 중국 업자들이 모여 수천 명의 중국인을 끌어모아 국내 게임업체에 접속하게 했다.

중국인들은 국내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해킹 등으로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 5만3000여 개를 도용, 12만여 개의 게임 계정을 만들었고 명씨 등은 인터넷 게임 비용으로 102억원을 제공했다. 중국인들은 게임을 하면서 사이버공간에서 아이템을 생성해 냈고, 이렇게 대량 생산된 사이버 상품은 국내 네티즌에게 판매됐다.

한국 네티즌들은 아이템당 2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게임에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등 각종 중국산 아이템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명씨 등이 판매한 대금은 1005억원어치로 이 중 503억원은 환치기 수법으로 중국에 다시 보내졌고, 중개업자들은 5~10%를 수수료로 챙겼다. 중국인에게는 1인당 월 8만원 정도의 인건비가 지급됐다.

◆ 사이버 시장도 중국산이 점령? =중국 업자들은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 IP(인터넷 프로토콜)의 접속을 차단하는 등 단속을 하자 보안이 허술한 사이트를 해킹하거나 VPN(인터넷을 이용한 가상 사설망) 서비스를 통해 게임 사이트에 접속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게임 아이템을 생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중국에 게임용 아이템을 만드는 작업장이 10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 아이템 시장은 약 1조원대인데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아이템의 95%가량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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