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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만에 첫 수학여행 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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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925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는 어청초등학교 어린이들.

"80년 학교 역사에서 수학여행은 우리가 처음이래요. 비행기를 타고 바다 건너 제주도 땅을 밟는다 생각하니 가슴이 떨려요."

2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박지희(12.어청초등 6년)양은 설레임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함께 가는 같은 학교의 5~6학년생 10명의 얼굴에서도 웃음 꽃이 떠나질 않았다.

그가 사는 어청도는 전북 군산에서 72㎞ 떨어진 작은 섬. 주민은 500여명, 초등학생은 27명 뿐이다. 초등학교가 1925년 개교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학생 수가 적은 데다 주민들이 영세어민이라 수십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여행은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1년에 한번씩 가는 '현장학습'이 어린이들에게는 유일한 단체 육지 나들이다. 그나마 하루 전에 군산으로 나가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어청도에서 나가는 배편이 오후 1시 출발하는 여객선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서울 나들이는 10여년전 한 초등학교와의 자매결연 행사를 위해, 그리고 2001년 시중은행 초청으로 다녀온 것이 전부다.

지희는 이같은 사연을 적어 전주 롯데백화점이 지원하는 '농어촌 어린이 수학여행 보내주기' 행사에 응모, 이번에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이다. 이들 어린이들은 3박4일 동안 용두암.천지연폭포 등 제주도 내 유명 관광지를 돌아볼 계획이다.

지희는 "뭍으로 전학간 친구가 수학여행을 갔다 온 편지를 보내 올 때면 너무나 부럽고, 한편으론 심술도 났다"며 "TV로만 보던 섬 제주도를 속속들이 구경하고 특히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눈여겨 봐 우리 섬이 깨끗한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제주도 무료 수학여행에는 버스를 대절못 할 정도로 학생 수가 적거나 경제적 어려움때문에 수학여행을 가보지 못한 전북도 내의 농어촌학교 10곳서 130명이 참여한다.

롯데백화점 구수회 점장은 "수학여행은 가장 오래 기억되는 학창시절의 추억"이라며 "시골 벽지 학생들이 이같은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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