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광대가』"풍속묘사 부정확·허구지나 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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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봄철 프로개편에 역사물과 지방문화를 다룬 프로가 늘어난것은 전통유산을 존중하자는 뜻일 듯 싶다.
그렇다면 그 시대의 정신과 문화는 바르게 표출되어야 한다.
이런뜻에서 MBC-TV가 방영한 『신춘특집극-광대가』는 큰 참고가 될듯 싶다.
첫째로 양반-지배계급, 민중-피지배계급이란 도식의 대립사관적인 역사해석문제다.
반상의 신분제와 강상의 도로 체제가 유지된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민중은 짓눌려 생사여탈이 함부로 좌우되었던건 아니었다.
둘째로 허구의 한계다. 신재효는 아전출신으로 양반이 아니었는데도 판소리 연구탓에 문중에서 힐책당하거나 이론가에 불과했음에도 창을 배우려 거지행색으로 방랑하거나 「독공」수련을 쌓는 얘기, 진채선에게 고온보라는 배우자를 설정한것, 전라도에는 없었던 천주교박해를 끼운것 등은 다큐멘트적 구성의 한계를 넘어선 느낌이다.
세째로 풍속문화사의 정확성이다.
드라머의 무대는 전라도의 서부지역이다. 서울과 달라 그곳 아낙네는 상복이 아니면 대개가 쪽빛치마에 흰저고리 차림이었고 가마도 길이 좁은 시골사정이고 보면 네 사람이 두사람씩 앞뒤에서 메었다.
소세나 무지렁이·쑥맥이란 말이나 부부사이에 여보·당신같은 호칭도 없었으며 적당히 말끝을 흐려쓰던게 부부간의 어법이었고 자식에게 어머니가 존대말을 안쓴게 풍습이었다.
둥글게 깎은 주춧돌과 기둥의 한옥도 사가건축의 금제에 어긋나는데 역사물에서 흔히 등장되는 민속촌의 건축물들은 법금이 해이해진 뒤의 것들이 많아 그 활용에 신중해야 될 것같다.
신재효는 호장 (아전의 우두머리)을 지내면서 천석꾼 부자가 되었다. 검소한 생활과 딱한 사람을 도왔던 건 사실이나 그것은 그 지방에 흔히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도 나라의 근본은 백성인데 이 나라의 주인은 벼슬아치였다고 하며 마치 그를 민중의식의 선각자답게 치켜올린 건 인물묘사에 정도를 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드라머의 무대설정이다. 판소리는 전라도와 충청도 일부 민중의 노래여서 그 무대도 그쪽이어야 옳겠는데 설악산, 안동의 하회마을, 낙동강하류의 을숙도를 배경으로 삼은건 전기적 드라머의 한계를 벗어난 셈이다.
그래서 고창의 모양성·비운사, 부안의 변산등을 배경으로 삼고 지금 모양성안에 서있는 신재효기념비도 클로스업 시켰어야 옳았으리란 아쉬움이 크다.
이상의 지적들은 상식적인 것들이어서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외면했을 것이다. 이유는 TV극의 견해 차이에서 나온것일터인데 그러나 영상이나 메시지의 인상효과가 주는 침투력을 고려한다면 평자의 주장이 틀리지 만은 않을듯 싶다.
신규호<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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